일주일 트리플 8
최진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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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평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하다. 누구는 웅덩이에 있고 누구는 언덕에 있다. 각자 다른 세상에서 어쨌든 노력하며 아무튼 불공평하게 살고 있다. 그러니 제발 세상이 좋아졌다느니 젊은 애들이 문제라느니 그런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p26

버티라고, 돌아오면 안 된다고.
우리는 부당한 지시가 무엇인지 배우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을 해내는 방법과 예의를 지키는 법만 배웠다. 실습 현장에서 힘들다고, 위험해 보인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하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우리를 어떤 인간으로 규정할지 잘 안다. 낙오자. 쉬운 일만 하려는 젊은 것들. 이기적이고 약해빠져 쓸모가 없는 요즘 애들.p37

돈 버는 일이 힘들다고 말할 수는 있어.
사람이 일을 하다 보면 그렇게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
먹고사는 일이 원래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어.p47

교실 또는 학교가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말은 나도 들어봤다. 선생님들은 사회에 나가면 이보다 더하다, 지금이 좋은 때란 걸 알아야지, 너희는 학생 신분으로 보호를 받지 않느냐, 너희가 할 일이 공부 말고 또 뭐가 있느냐, 사회는 전쟁터다 등등의 말로 우리를 협박했다.공부 잘해서 대학 간판을 잘 따는 건 성능 좋은 무기를 갖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남들이 칼 한 자루 들고 싸울 때 탱크를 타고 싸우는 것과 같다고 수학 선생님은 말했다. 나는 그런 비유가 끔찍했다. 내가 전쟁터에서 사람 죽이겠다고 지금 미적분을 배우는 건가.?p91-92

'도망 아니고 포기 하니고 선택하는 거다.'p108

후회할 수도 있는 거고 후회는 잘못이 아니야.
후회될 때는 꼭 나한테 말해야 된다. 같이 그다음을 생각할 수 있게. 알았지?p127-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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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특목고, 일반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각각 일요일, 수요일, 금요일 이라는 제목에 담았는데, 특히 일요일이란 제목의 특성화고등학교를 다니는 청소년의 이야기는 은유작가의 #알지못하 아이의죽음 을 읽고 쓴 이야기라고 해 더 와 닿았다.

질풍노도의 시기라 불리는 십대 청소년들의 흔들리고 외로운 일상과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인 사회와 어른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어른들은 이해보다는 강요를, 위로보다는 다그침을, 포용이 아닌 배제를, 협의가 아닌 강제를 내세워 무거운 부담감을 아이들 어깨에 얹어준다. 넘치는 불안과 걱정이 가득한 일상을 버티며, 혼란스러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읽는 내내 먹먹하게 한다.

내게 최진영 작가 역시 믿고보는 작가 중 한명인데, 그녀의 작품은 내게 울림과 감동, 뭉클함을 선사한다.
이 책 또한 그러했다.
세편의 단편들이 이렇게 하나하나 모두 좋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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