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항해하는 초록 배에 탑니다 - 작은 물결을 파도로 만드는 일, 2021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일하는 사람 3
김연식 지음 / 문학수첩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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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배안에서 부딪혀 보니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은 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건, 결국 내 행동이 가져올 책임을 생각한다는 것. 사소한 귀찮음을 받아들이는 너그러움과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는 수고면 충분한 것 아닐까.p21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은 가해자다. 진짜 피해자는 지구다.
...
왜 우리는 우리보다 오래 남아 내내 지구를 괴롭힐 플라스틱을 이리 쓰는가. 이건 언젠가 끝날 비극이다. 우리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법을 당연한 듯 유지하고 있다.p52

컴포트석의 컴포트함에도 불구하고 아기들은 출발 전부터 기대에 차 울었고, 비행기가 굉음을 내자 굉음을 내며 울었고, 고도를 높이니 고음으로 울었고, 밥을 먹자 힘내어 울었고, 화장실에 가니 시원하게 울었고, 불을 켜니 밝게 울었고, 불을 끄니 무섭게 울었고, 잠들려니 영원히 잠들고 싶게 울었다. 심지어 꿈속에서도 나는 아기들의 꿈같은 울음소리를 들었다. 한마디로 내내 울었다. 아이들은 협력해서 울다 당직제로 번갈아 울며 열한 시간 직항 논스톱 크라이 기록을 달성했다.p55

사흘 사이 한국을 떠나 살쌀한 암스테르담, 후텁지근한 파나마까지 지구 반 바퀴를 돌았다. 시차와 피로에 정신이 멍했다. 제임스 본드는 이런 정신으로 총알을 피한다. 대단하다. 난 갓난아기도 두려운데...p64-65

칠레 땅에 발을 딛기도 전에 느닷없이 평생 보지도 못한 빙하를 걱정해야 한다니. 이건 생전 모르던 분의 장례식장에서 슬픈 표정을 짓는 느낌이랄까?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 모든 이야기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사방을 둘러보니 나만 하늘에서 뚝떨어져 내려온 느낌이었다.p80

신영복 선생은 한여름 감옥에서 빽빽하게 모로 누워 잠을 잘 때면 옆 사람을 증오하게 된다고 말했다. 환경이 척박해지면 인간은 서로 지옥이 된다.p82

나 역시 환경을 위해 채식주의자가 되겠다고 다짐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나 하나도 바꾸지 못하면서 세상을 바꾸겠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다짐을 하면서 사흘 중 하루라도 고기를 먹지 않게 된다. 흔들리고 흔들려도 거듭 방향을 꺾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어쩌면 그게 우리의 최선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료들과 함께 초록배에 올라탄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최선을 다하며 그렇게 지구 어느 곳에서 작은 물결을 만들 뿐이다.
이 물결이 누군가에겐 큰 파도로 닿길 바라면서.p188-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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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 시리즈 3권 중 내가 선택한 책이었는데, 표지의 저자 소개를 읽고 어라? 재미있을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책장을 넘기면서 역시로 바뀌었다.
결론은 너무나도 잘 선택했다는 것!

그린피스 선원이 되는 과정과 배안에서의 생활들을 너무나 유머러스하고 진솔하게 담아내 '재.미.있.다'라는 말을 자신있게 할수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소소한 환경운동들이 나를 반성하게 했고, 그린피스의 다양한 캠페인이 궁금해 저자가 책속에 담아낸 이야기들을 인터넷 검색과 유튜브를 통해 찾아보기도 했다.

호기심에 그린피스선의 자원봉사로 시작해 그린피스 선원이 되어야겠다며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입사지원서를 넣고 칠전팔기 정신으로(사실은 집요하게) 매일 전화를 걸고, 아무런 연락이 없자 암스테르담 그린피스 사무실앞에서 야외취침을 하며 거리농성을 다짐하던 그가 직원이 되고, 또 생각과는 다른 근무환경과 다양한 상황들에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참 따뜻하게 다가온다.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읽으며 키득거리게 했고,
갓뎀잉글리시도, 생전 가본적도 본적도 없던 곳의 기후변화나 환경오염에 대한 저자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들이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그린피스에 관련된 일과 캠페인이 궁금하다면,
환경오염이나 기후변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그리고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에세이를 읽고 싶다면 강력추천!
최근 읽은 에세이 중에 단연 최고였고,
그냥 무조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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