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 떠나는 지옥 관광 - 고전문학, 회화, 신화로 만나는 리얼 지옥 가이드
김태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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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도 잘생겨야 주목받는 이 외모지상주의 세상은 왠지옥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네가 못생겨서 그러는것"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하신다면 별수 없다. "그러는 독자님은!"이라고 나도 받아칠 수밖에.p20

신은 인간을 사랑한다면서 왜 인간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승에서나 이승에서나 고통받게 내버려둘까? '신'이라는 말이 불편하다면 '우주의 원리'같은 말로 바꾸어도 상관없다. 숱한 철학자와 사상가가 설명을 시도했지만, 누구나 만족할 만한 이렇다 할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것이 철학에서 유명한 '악의 문제'. 인간은 고통받는다. 현세에서도 지옥에서도.p24

종교 창시자는 누가 지옥에 가고 누가 지옥에 가지 않는지 정할 권리도 있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나 파벌을 지옥에 집어 넣어버려도 나중 사람이 그럴듯하게 해석해줄 것이다. 그런데 새 종교를 만든 사람에게 좋지 않은 점도 있다. 다른 종교에서 저 사람은 지옥에 갈 것이라며 그를 자기네 지옥에 넣어버릴 확률이 몹시 높다. 종교개혁 당시 가톨릭은 개신교 지도자들을 파문했고, 개신교 쪽에서는 교황을 지옥의 악마로 묘사한 팸플릿을 찍어내 응수했다. 종교는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p38

희망이 인간을 고문다면 이야기의 의미는 뒤집힌다. 불행이 이제 끝난 줄 알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고통인 희망이 남아 있었다는 뜻이 된다. 역시나 사람을 괴롭히는 법을 잘 아는 그리스신화의 잔인한 신답다.p59

'죽은자들의 대화'에 나오는 저승의 모습은 약간 다르다.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같은 공간에 모여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 못한다. 언제나 신세 한탄을 하고 있으니 불행하다. 진정한 철학자들은 다르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나마 행복하다는 것이다.p71

젊은 사람의 고통을 이애한다며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 따위의 값싼 위로는 하지 않는 쪽이, 내가 지켜야 할 최소의 예의일지도 모르겠다p159

천국에 간다는 것은 구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예수의 죽음을 통해 인간은 구원을 받게 되었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나쁜 짓은 안 하고 살았지만 ‘예수의 죽음을 통할’ 처지가 아닌, 세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예수가 숨지기 전에 살던 사람들, 태어나자마자 숨을 거둬 예수를 믿는다는 의식을 치를 기회가 없던 아이들, 예수를 믿지는 않았지만 의롭게 살던 사람들이다. 그리스도교의 논리만 따른다면 이 사람들은 천국에 가기 어렵다. 그렇다고 지옥에 갈 사람들도 아니다. 그래서 천국은 아니지만 지옥 같지도 않은, 지옥 가장자리의 림보가 필요한 것이다.p178-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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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과 회화, 그리고 신화를 토대로 다양한 지옥 이야기를 펼친다.
입시, 취업, 노동, 종교 등에 지옥을 갖다 붙이면 전부 말이 되듯, 대한민국은 다양한 지옥이 가득한것이 현실이다. 헬조선이라 불리는 한국의 상황에 지옥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잘 어울릴것 같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이 책은 다양한 고전과 유명한 신화, 그림 등의 이야기를 지옥과 접목하여 재미있게 그려냈다.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종교들은 각기 다른 지옥을 그려내고, 벌을 주고 고문하는 방법도 종류도 다르다. 동서양을 넘나들며, 과거의 지옥부터 현실세계까지 지옥의 구조와 어떤 사람이 지옥에 가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은 유일하게 죽음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언제나 사후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고 책,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그려지는 사후세계 이야기에 매료된다.
그럼에도 언제나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고, 내게는 너무 먼 이야기라 치부하며 살기도 하고...

내 삶을 돌아봤을때, 기독교인인 나는 성경에서 천국을 갈 수 있는 조건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인간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 지옥관광을 하고 나니 천국에 대한 열망이 가득해진다.
현세계에서도 힘들고 고통받았던 인간들이, 죽어서는 더한 고통을 받는다는 설정은 뭔가 억울해진다.
그렇다고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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