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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요?
김기현 외 지음 / SFC출판부(학생신앙운동출판부)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어둔 밤하늘의 신호탄 같은 책
김기현, 김희림의 <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요?>(SFC)을 읽고
정연우
40대 후반의 아버지와 노도격정의 시기인 고3 아들의 대화가 이렇게 신앙적일 수가 있구나! 하는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책이다. 내게도 중3, 중2의 딸과 아들이 있다. 그런데, 이 아이들과 신앙적인 대화를 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초등학교 시절에 아이들과 창세기를 가지고 일대일 성경공부를 해본적은 있지만 몇 번 가지 못했었다. 그래서 저자와 고3아들의 편지를 읽는 내내 감탄과 부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이 책은 나에게 자녀양육에 대한 놀라움과 신선한 충격을 준 책 이다.
아들 김희림 군의 질문에 대한 놀라움이다. 전문성, 대중성, 그리고 다양성을 겸비한 인문학자를 꿈꾼다는 희림 군의 질문은 거침이 없다. 악, 기적, 인간, 기도, 종교 다원주의, 성경, 예정, 돈, 과학, 천국 등 궁금하지만 정말 묻지 않았고, 묻지 못했던 그런 질문들에 대해 정직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입시에 바쁜 고등학교 3학년이 던진 질문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깊이가 있는 질문들이다. 이러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힘은 책, 영화,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 학교 수업 등 그 어느 것 하나도 피상적으로 지나치지 않은 희림 군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끊임없이 아들의 질문을 받아 주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아버지가 있다. 2010년 3월부터 로고스서원 사역을 통해 문화의 불모지 부산에서 책읽기와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는 김기현 목사는 이 책을 통해 로고스 서원의 저자 키워내기 사역의 첫 열매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획일화 중심의 열악한 교육 현실 속에서 어떻게 부모가 생각하는 아이,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묻고 찾는 아이로 길러낼 수 있을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어둔 밤하늘의 신호탄 같은 책이다.
까다로운 질문을 받아내는 아버지 저자의 내공에 대한 놀라움이다. 까다롭고 성가실 법한 아들의 질문을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칭찬과 격려로 반응할 수 있는 저자의 내공은 어디서 나오는가? 사실 그 역시 질문의 명수로, 하나님께 정직하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얻어 믿는 신앙을 살아내는 사람이다. 그의 책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의 1장 「인생, 단 하나의 물음」의 첫 문장이다. ‘나는 천국에 가서라도 하나님께 꼭 여쭙고 싶은 일생일대의 물음이 있습니다. … 나의 물음은 고난입니다.’ 사실 김기현 목사 자신이 물음의 사람이다.
12번째 저작인 이 책 이전에 나온 그의 책들을 보면 저자가 얼마나 힘써 하나님께 물음을 통해 신앙을 살아내려고 힘쓰고 있는지 한 눈에 보인다. <하박국 고통을 노래하다>, <자살은 죄인가요?>, <내 안의 야곱 DNA>, <공격적 책읽기> 등. 저자에겐 신앙이 말로 머무는 법이 없다. 치열하게 현실 안에서 질문하며 답을 찾으며 살아내려고 한다. 덕분에 그의 책들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아들과 함께 한 공저인 이 책 역시 그런 질문들의 답을 찾는 내용이 담겨있어 참으로 유익하다. 신앙의 핵심적 질문들에 대한 쉽고도 유익한 가이드가 책에 가득하다.
개인적으로는 세상에 만연한 악에 대한 하나님의 대답이 바로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말하는 1장, 배타적일 수밖에 없지만 배타적이지 않게 종교다원주의를 설명한 5장, 배제를 함축하지 않는 모든 사람을 향한 구원을 원하시는 하나님의 예정을 다루는 7장, 우상이 될 수 있는 돈의 위험성과 그 바른 사용에 대해 알려주는 9장 등이 특히 좋았다.
책을 덮으면서 아버지로서 자녀양육의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으로부터 오는 놀람의 마음이 가득하다. 주입식이 만연한 우리 교육 환경 가운데서, 밋밋하고 무덤덤함이 일상화된 우리의 신앙 환경 속에서 답을 찾고 고민하는 학부모 동지들의 일독을 권한다. 아울러 아이들이 마음껏 질문을 가질 수 있고, 던질 수 있도록 질문의 환경을 조성해주고, 그런 질문의 삶의 본을 보여주는 것이 아버지의 몫임을 마음에 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