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읽는 내내 생각을 많이 하였다. 천문학을 전공하고 블랙홀을 연구한 저자의 창조 신앙과 과학에 대한 따끈따끈한 지식 덕분이다. 천지 창조에 대해서는 창조 과학으로 나는 정리가 되있었다. 대학 시절 무슨 신세계를 발견한 듯 흡수하였고, 20년 넘는 임상을 거쳐 삶과 신앙의 토대처럼 된 지식이었다. (물론 그만큼 연식이 오래되어 신선감은 많이 줄어 든 상태이지만.)

 

차분하지만 확신에 찬 저자의 논조를 따라 가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첫째, 과학과 신앙의 바른 관계다. 둘은 결코 갈등관계가 아니며, 하나님을 한 저자로 하는 두 책이다. 즉, 신앙은 “왜”만물이 존재하는지를, 과학은 “어떻게”만물이 존재하는지를 설명해준다. 하나님은 두 영역을 모두 사용하셨고, 하시며, 하실 것이다. 둘째, 두 책은 각각의 독법을 가진다. 과학은 과학의 원리로-현상에 기반한 데이터를 가지고- 풀어야 하고, 성경은 성경의 원리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성경을 읽을 때 오늘날 우리의 눈에 비친 문자 그대로가 아니라 그 시대 상황 속에 들어가서 그 시대의 눈으로 해석해야 한다.

 

세째, 창조과학과 진화, 지적 설계에 대해서다. 창조과학이‘젊은 지구론’을 강조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경(신앙)의 원리로 자연과학의 영역을 판단하는 것이 갖는 문제점. 그리고 진화론에 대해서도 진화와 진화이론, 그리고 진화주의를 구별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무신론적 세계관으로서 진화주의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진화와 진화이론은 과학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것은 새롭게 깨달았다. 그야말로 갓 구워낸 빵같이 신선한 주장이었다. 덕분에 신앙에 대해서도 좀 더 정확하게 사고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과학과 관련한 지적경계가 많이 넓어진 것 같다.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

 

아쉬움도 있었다. 책을 내면서 가진 저자의 소망이 ‘창조 과학이 기독교의 유일한 목소리라는 오해를 깨는 것’이라 했다. 창조과학이나 지적 설계만이 아니라 과학적 원리로 창조에 접근하는 진화창조론과 같은 목소리도 기독교 안에 있음을 드러내고 싶다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다양성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권말로 갈수록 ‘창조과학은 과학이 아니다(p140)’는 식의 일방적 주장이 아쉬웠다. 저자의 말처럼 '신앙에는 결국 합리성이나 과학으로 담보할 수 없는 믿음이라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얼핏보기에 성경이 지구와 우주의 역사를 1만년 혹은 6천년이라고 밝힌다는 것이 쉽게 동의되지 않는다. 전문적이 아니어서 그렇겠지만 오히려 성경은 과학책이 아니기에 신앙의 원리로 쓰여진 성경을 가지고 너무 쉽게 과학적 연대를 확정하여 말하는 것은 창조과학이나 진화창조를 주장하는 이들이 조심해야 될 부분이 아닐까 싶다.

 

혼란스럽지만 많이 생각하고 공부하고프게끔 만드는 책이었다. 그래서 감사하다. 지적혼란 을 양분삼아 믿음의 성장을 이루고, 세상과 소통하려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아, 벌써 저자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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