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도 그랬는데 이 작품에서도 뭔가 익숙한 스멜이 느껴진다. 살짝 올드하고 극단적인 감성이랄까, 2000년대에 동인계에 유행했던 학원물같은 느낌. 공에 대한 묘사와 표현이 특히 그런데, 뜻은 몰라도 뭔가 있어보이는 문신에 위협적이고도 매력적이고 의뭉스럽고 강압적이지만 때때로 따뜻한, 그린듯이 전형적인 집착계략광공이다. 수도 그런 공의 상대로 많이 나오는 캐릭터. 천재에 대해 열등감을 품은 수재이며 집안의 기대에 억눌려 지내다 공의 도발에 응하고 마는, 그러나 높은 자존심과 꺾이지 않는 의지로 공을 더더욱 미치게 하는 단정한 미인수. 공수구도가 참 많이 익숙하고, 전개가 눈앞에 그려지듯 보이는데, 특유의 작화와 자극적인 씬과 공수 사이의 섹텐이 좋아 클리셰라도 즐거웠다. 살짝 오그라들뻔한 지점이 있긴한데 넘어갈 수 있는 수준. 여름편의 커플링도 흔한 구도인데, 탑으로 착각할만한 외형이지만 알고보면 텀인 수가 노련하고 능숙한 공과 가벼운 관계로 시작했다가 점점 좋아하게 되어 가슴앓이하는(그리고 공 또한 예상치못하게 빠져드는) 전형적인 스토리가 그려지지 않을까 싶다. 심플 이즈 베스트, 클리셰 이즈 클래식이니 기본 재미는 보장하겠거니.
섹스하자고 들이대는 여자들에게 질리고 직장에서도 곤란을 겪어 섹스하기 싫다는 공. 육상선수인데 섹스하면 기록 떨어진다는 속설을 믿어 여태 동정이고 앞으로도 별로 안 하고싶은 수. 둘이 우연히 재회하고 술자리를 함께하면서 서로의 고충을 털어놓다가, 애인이 있다고 하면 들이대는 사람이 없지 않겠냐, 근데 여자가 아니라 남자랑 사귀면 섹스 안해도 되지않나, 친구가 연인이면 편하고 좋겠네 라는 이유로 사귀기로 한다. 아니 대체 왜 결론이 그렇게 나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술기운인지뭔지 이해관계가 일치해 전격 연인사이가 되는 둘. 첨부터 묘하게 죽이 잘 맞았는데 사귀기 시작하면서 점점 찰떡같이 잘맞아가고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공이 자기주장이 약한건지 자제력이 없는건지 여자가 다가오면 오는대로 다 상대하는 스타일이라 좀 짜증. 거절 못하는 자신의 성격 때문이라 변명하면서 상대 여자들이 문란해서 흽쓸린 피해자마냥 포장하는게 불호였다. 그런 성향 아니었으면 전개가 안됐을테니 그러려니하려고 해봐도 짲응. 반면에 수가 참 시원시원하고 자존감이 높고 좋아하는 일에 진심인 캐릭터라 멋있었음. 이미 정상급의 선수인데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다니, 존경스러울 만한 멘탈이었다. 게다가 공 앞에선 참 귀엽고 발랄함. 긍정적인 성격도 좋고. 상대적으로 우중충한 공이 수로 인해 밝아지고 변화하게 되는 것도 좋았음. 서로가 서로에게 시너지가 되는 좋은 관계라 느껴짐. 수랑 사귀기 시작하면서부터 공도 거절 확실히 하고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고. 햇살같은 수가 참 매력적인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