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피폐한 설정과 배경의 작품이다. 아름다운 표지와 도입부의 여유로운 분위기에 살짝 속은 느낌. 금주법과 밀주 사업, 마피아, 대공황 등의 시대상을 반영한 배경이 인상깊다. 과정이 많이 어려웠지만 결말은 이런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음.아시아계 혼혈인 수의 인생사가 너무나 절망적이고 피폐하다. 작가의 서술이 담백하고 표현이 심하게 노골적이지 않아서 덤덤하게 느껴지는데 트라우마로 자살하지 않은 게 용한 수준임. 그런 와중에도 삶의 끈을 놓지 않은 건 공과의 추억 때문이겠지. 자신을 아낌없이 희생하고 마지막 순간조차 욕심내지 않으며 공을 위하는 수가 짠하고 안타깝다.공은 수에 비해 평탄한 삶을 살아왔지만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그 소년을 품고 있었고, 마침내 사랑을 이루었지만 상황은 점점 급박해져간다. 수가 자신을 구원한만큼 자신도 그를 위해 헌신하려하는 공. 그러나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던 둘의 생활은 꿈처럼 사라져버린다. 서로를 살리기 위해 피치 못한 선택을 한 두 사람의 마지막이 여운을 남긴다. 계속 위태롭게 살아가겠지만 어쨌든 함께일 테니까.
결혼을 약속한 여친의 바람현장을 목격하고 이별을 고한 수에게 바람상대인 공이 다가온다. 수의 마음속 외로움을 꿰뚫어본 공은 수와 하룻밤을 보내고 이사할 곳을 찾는 그에게 자신의 집에서 지내길 권한다. 다정하고 배려심 넘치는 완벽한 미남인데 묘하게 선을 긋는 동시에 지나치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공에게 서서히 감기는 수. 자신에게 반하지 말라는 농담같은 말을 한 주제에 공은 오히려 그 자신이 수를 좋아하는듯한 언행을 보인다. 수는 점점 공을 알고 싶고 이끌리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는데, 서로 마음이 통했다 여긴 후에도 공의 지나친 배려와 담백함을 이해하기 힘들어한다.공의 트라우마와 집착이 상충되는 장면이 좋다. 수를 독점하고 집착하고 싶지만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거리를 두려 하는 마음이 짠하다. 미인공 평범수에 잔잔한 이야기였다.
묘하게 순정만화같은 전개다. 그것도 정통 순정만화. 남에게는 가식적인 웃는 얼굴인데 수에게만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공과, 아싸에 친화력이 없지만 본성은 선량하고 오지랖 넓어 공의 진짜 얼굴을 알아챈 수, 그리고 수의 오지랖에 휘말려 짝사랑에 빠지지만 친구로서 곁에서 맴도는 서브공. 익숙한 순정만화의 플롯이라 기시감 느껴지는데 수의 귀여움이 커버한다. 2권에서는 공이 독점욕과 질투를 드러냈던 데 비해 3권에서는 공의 전여친이 등장하며 수의 질투심을 자극하면서 마냥 어린애같던 수의 애정에도 변화가 생긴다. 공을 추격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수의 경쟁심리가 좀 웃기고.(사랑마저 게임처럼 호승심으로 임하다니) 엉뚱한 경쟁으로 그답지 않게 어리광부리고 도발도 하는게 귀여웠다.(안어울리고 어색해하는게 오히려 긔엽) 약간의 오해와 갈등이 있었지만 잘 풀고 알콩달콩해지는 두 사람. 풋풋하게 연애하는게 보기좋은데 좀 싱겁고 흔한 전개라 예상가능해서 싹 재밌진 않았다. 이 시리즈는 1권이 제일 나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