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세트] [BL] 어느 날 깡패가 (총4권/완결)
한땀 / 블릿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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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줄거리만 봐선 깨발랄 로코같은데 의외로 묵직하고 울림있는 이야기였다. 형질자들이 차별당하는 세상에서 오메가인 것을 숨기느라 중학교 졸업 후 집안에 갇혀 살던 수가 형의 죽음으로 인해 사회로 내던져진다. 공은 수의 형에게 빌려준 돈 때문에 그 시체를 확인하러 갔다가 수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다. 공이 수한테 플러팅을 나름 열심히 날리는데, 첫인상이 별로였던데다 거의 외국인 수준으로 의사소통이 안되는탓에(..) 그 끈질긴 구애는 전혀 먹혀들지 않고 되려 공포심만 조장한다. 마냥 겁먹은 하룻강아지같던 수는 형이 자신을 버렸단 걸 깨닫고 각성해(?) 앞으론 참지 않고 막 살겠다 다짐하는데, 5년간 집안에만 틀어박혀있던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애가 뭘 할 수 있겠냔말임. 열심히 살아보고자 노력하지만 냉혹한 현실에 좌절하는 수와, 그런 수의 곁에서 끈질기게 구애하며 먹이고 입히고 우쭈쭈하느라 정신없는 공의 염병첨병하지만 짠한 이야기다.
귀엽고 가여운 것엔 사족을 못쓰는 공이 귀엽고 가여운것 그잡채인 수한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고싶어하는데 들어먹히질않아서 안달복달하는게 웃기다. 맘놓고 예뻐해줄 수 있게 제발 좀 주워져달라고, 아님 차라리 날 주우라고 하는 공이 짠하기도 했음. 공을 수가 받아들이기까지 생각외로 긴 시간이 걸리는데, 무작정 몸 맞추고 마음 맞는 게 아니라 서서히 공들여 동질감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스며들듯이 가까워지는 과정이 꽤 설득력있게 느껴졌다. 하긴, 그렇게 끔찍하게 극혐하고 무서워하던 사람을 하루아침에 갑자기 좋아할수는 없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성장물의 느낌도 나는 작품이라 좋았음. 수가 방구석을 벗어나 사회를 배워나가면서 점점 성숙해지는 것도 좋았고, 태생적인 기질 때문에 가족에게 버림받아 본능을 거부하고 베타인 척 살아가던 공이 결국 수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살게 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둘이 만나 진짜 가족을 이루는 것도 따뜻하고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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