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한 가게의 의뭉스러운 주인과, 우연히 가게에 들어갔다가 코꿰이는(?) 인물의 이야기는 꽤 많은 작품이 다뤄온 소재. 그래선지 도입부는 '펫숍오브호러즈'나 'xxx홀릭', 'I wish...'같은 만화가 연상됨. 하지만 이 작품은 정체성이 bl이다보니 오컬트적인 건 많이 죽이고 사랑이야기에 중점을 둔 것 같음. 그게 좀 아쉽기도하고 다행이기도하고.비가 오면 나타나는 골동품점을 우연히 찾아들어간 수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시계를 발견하고, 그것을 받으려면 댓가로 추억을 지불하거나 자신의 아이를 낳으라는 말에 반신반의로 출산을 택한다. 눈이 죽어있어 섬뜩한 느낌의 의뭉스러운 가게 주인은 수에게 수태할 수 있게 하는 씨앗을 심고, 수는 본인이 결정한 탓에 꼼짝없이 공의 애를 낳게 생김. 처음엔 거북했지만 곧 몸정도 들고 은근히 귀염성있는 성격인 공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되면서 측은지심도 갖게 되어 점점 끌리게 됨. 공 또한 정 많고 강단있는 수에게 매료되어 오랜 소망마저 버리는 결단을 내리고. 구원물의 클리셰를 따라가는 정석적인 이야기인데, 우월당이라는 배경이 독특하고 공수의 케미가 살아있어 꽤 재밌게 볼 수 있었다.우월당의 손님들과 사연에 대해 좀더 풀었으면 분위기도 더 살고 이야기도 풍성해졌을듯한데... 그게 아쉽긴 하지만 또 막상 그렇게 에피소드를 채운다면 이게 순정만화냐 벨이냐 싶었을듯하니 이정도로 간만 본게 나을수도 있겠다. 그리고 결말이 훈훈따땃하니 좋았고 작화도 좋음. 수가 참 섬세하고 예쁘게 생겼고, 공도 동공이 안보이게 까맣기만한 눈이 개그컷에서 반달모양이 되는게 좀 웃기고 귀여웠다. 그 눈을 쏙 빼닮은 아이도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