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기황후 1 ㅣ 기황후 1
장영철.정경순 지음 / 마음의숲 / 2013년 10월

예전에 도서관에서 제성욱씨던가 하는 분의 기황후 4권짜리 소설을 본 적이 있다. 최근 드라마 붐으로 개정판이 나온 모양이지만...여하튼 그건 정식 역사에 가까운 거고 이번에 나온 건 드라마 원작의 말 그대로 팩션이 많이 가미된 것이라 흥미로워서 보게 되었다.

2권까지 다 사봤는데 결론을 말한다면 아직 초기이기는 해도 드라마가 훨씬 재미있다. 다만 이 시대의 공녀로 끌려간 여인들의 운명이란 어찌나 가엾던지...기황후도 처음에는 얼마나 공포에 떨고 힘없는 가족과 나라를 또 얼마나 원망했을 것인가? 개인으로 놓고 보면 고국에 복수심을 가져도 이쪽에선 변명할 여지가 없는 거다. 그래도 같이 끌려온 공녀들을 위해 살아남아 권력을 쥐고 그녀들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결심하며 실천하는 모습이 대단했다.

아무튼 그녀는 양국왕의 사랑을 받으며 원나라의 황후로 권력을 쥐게 된다. 스토리나 전개야 괜찮은 편이지만 기황후야 재해석의 여지가 있다해도 충혜왕을 성군 비슷하게 만든건 완전 어이 없었다. 이 인간은 일고의 여지도 없는 폭군이며 강간왕인데 말이다. 신의를 보라-이 사람에 대해 (분량을 짧지만) 얼마나 정확히 나와있는지를.

귀동냥

귀동냥 ㅣ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9월

상당히 짧은 단편 4개로 이뤄진 추리소설집. 글씨도 크고 분량도 길지 않아 상당히 짧은 단편들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이번에는 띠지나 뒷소개 문구가 크게 과장된건 아닌듯-상당히 충실한 느낌이 드는 단편들이다. 반전도 있을뿐더러 그게 '충격'을 주기 위한 반전이 아니라 그럴싸한 반전이라고 해야 하려나? 처음에는 책이 얇아 책값이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읽고 보니 그런 생각은 거의 사라졌다.

만일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소개된다면 아무튼 결국 보게 될 것이다. 그만큼 괜찮다고 생각한다.

큐이디 44

큐이디 Q.E.D 44 - 증명종료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8월

이 작가 것은 오랫만에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장소가 한정되다 보니 모든 책을 다 모을수는 없고,따라서 아쉽지만 포기했다가 가장 최근에 나온 이것과 씨엠비를 어쩌다가 보게 되었던 셈.

오랫만에 봐도 여전히 단편 추리 만화로써 좋다. 처음에는 사실 씨엠비보다 이게 좋았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씨엠비가 더 좋다는게 차이랄까? 여주인공이 마음에 안드는 거는 여전한데 뒷권으로 갈수록 다소 그악한 성질머리가 덜해지니 그나마 다행.

지옥계곡

지옥계곡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35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제목부터가 흔하면서도 상당히 강렬한 책. 표지까지 분위기를 제대로 잘 살려주니 편집이 참 잘 되었지 싶다. 또한 스토리도 전반적으로 잘 흘러가니 캐릭터의 개성이 흔한 거야(스릴러나 추리에 흔히 나오는 사람들 거의 그대로인듯) 뭐 괜찮다.

지옥계곡. 그러니까 쉽게 말해 환경이 몹시 험한 산악지대 속의 계곡이랄까. 거기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가? 어떤 일을 겪었기에 남주인공(산악용품 가게를 하면서 구조원 일도 한다)의 앞에서 한 젊은 여자가 험준한 저 아래 계곡으로 뛰어내려 자살을 해야 했는가?

여기서 중간중간 '어느 사람'의 전쟁 일기같은 것이 공개되면서 사건은 혼란속에-그러나 결말을 향해 착실하게 다가간다. 자살한 여성의 옛애인과 친구들과 가족들-그리고 하나하나 죽어가는 사람들. 진짜 범인은 누구이고 왜? 어떻게 그들을 죽였으며 자살한 여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는가.

서두에 썼듯 전반적으로 유럽 스타일 스릴러의 전형을 보이지만 뭐 재미도에 있어서는 괜찮다. 작가의 전작은 사실 본 적이 없는데 기회가 닿는다면 빌려서라도 한번쯤 보고 싶기는 하다.

그리고 숙청의 문을

그리고 숙청의 문을
구로타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8월

제목부터가 뭔가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긴다. 설정은 더하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도 눈에 띄지 않던 평범한 40대 초반 중년 여교사가 종업식 전날 자신의 반 아이들을 전원 인질로 붙잡고 농성에 들어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학생들-반 전원이 원래 타락한 아이들 집합소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저 가벼운 정도가 남들을 놀리고 괴롭히는 것이라니 말 다했을 정도? 원조교제며 상대를 자살하게 만드는 왕따며 언급하기도 참 괴로울 정도의 범죄들을,단지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처벌도 제대로 받지 않고 혹은 들키지조차 않은채 지내온 아이들이다. 반성이란 1밀리미터도 해본 적이 없는!

더군다나 이 여선생. 자녀를 폭주족에게 잃었다. 물론 그 폭주족들은 달아났고 나중에 나오지만 반성은 커녕 낄낄거리는 놈들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어디서 배웠는지 프로 뺨치는 솜씨로 총기류와 협박을 번갈아쓰며 농성을 벌이고...거기에 아이들을 하나씩 사살해나간다.

막판의 반전은 깜짝 놀랄 지경이었으며 여운을 남기는 것도 지저분하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만일 2권이 나온다면 보겠다...라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이 작가의 다음 소설이 나온다면 아마도 꼭 보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