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대물(새 주인공의 등장)

흑백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3월

역시 화차든 뭐든 미야베 미유키의 장점은 현대물보다 시대물이라고 생각하는 터다. 당연히 에도 시대물이라면 딱 하나 '외딴집'만 빼고 죄다 본 처지. 이번에도 흑백이라는 새로운 소설이 나왔기에 자연스럽게 사보게 되었다.

이 소설의 특징이라면 연작 단편집이라는 점이며 아울러 새로운 주인공인 오치카(女)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녀는 여태까지의 주인공들과는 조금 더 다르게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처지...사실 결혼할 상대가 자신의 여관에서 고용하고 있던 사용인 청년에게 살해당했던 거다. 게다가 그 청년도 결국 자살해버렸고.

그녀의 이런 사정은 단편들이 진행되며 서서히 드러난다. 사실 제목의 흑백은 의탁하고 있는 삼촌집(과거를 잊기 위해 일부러 하녀처럼 열심히 일하고 있음)에서 '흑백의 방'을 뜻한다. 그녀는 거기서 찾아오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삼촌의 단 1개뿐인 도락이기도 하지만 역시 나름대로 조카딸을 위로하려는 배려이기도 한 셈이다. 아무튼 찾아드는 손님들마다 사연이 깊고 깊은 터라,그녀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들어주고 뜻하지 않게 마음을 풀어주게도 된다.

사람의 마음은 결국 시대를 초월하고 공간을 초월해도 비슷한 것일까? 사람으로 인해 위로도 받지만 사람으로 인해 마음을 다치니 말이다. 오치카가 등장하는 다음 편 이야기도 있다던데 그것 역시 근시일내에 한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