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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침과 기도
시자키 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언제나 띠지의 문구는 과장되게 마련이지만 가끔은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이번 소설은 후자의 좋은 예라고 볼수 있는데,더구나 작가의 첫 작품이고 이 사람이 무려 83년생이라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대형 신인이라는 말이 별로 부족하지 않다고 본다.
주인공이자 탐정 역을 맡은 것은 사이키라는 사람이지만 장편이 아닌 5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단편집이다. 그는 다니는 회사에서 세계 곳곳으로 파견되어 해당 지역의 모든 것을 알아오는 일종의 특파원같은 직업을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가 겪는 사건도 미스터리어스하고 조금은 아련한 환상적인 요소까지 품고 있기도 하다.
첫번째는 어느 사막을 횡단하는 소규모 대상 행렬에 끼었을때의 일. 상단의 대장이 모래폭풍속에서 사고로 죽은 후-이 일행에는 연이어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대체 범인은 누구고 왜 하필 이런 '밀실' 상황에서 사람을 죽였단 말인가? (장소로는 완전 오픈된 상황이지만 일종의 밀실은 맞다고 본다. 범인이 한정되있으니)
두번째는 풍차가 있는 어느 스페인 마을에서 벌어진 일. 주인공의 친구는 1년전 연인과 의문의 헤어짐을 겪는다. 대체 그녀는 어디로 간 것일까? 1년 후 사이키와 요스케 및 사쿠라(=이번 편의 주인공이자 연인과 헤어진 청년)가 똑같은 마을로 향하는데......
세번째는 러시아에서 벌어진 사건. 어느 조용한 마을에 있는 러시아 정교회의 수녀 수도원에서 '리자베타'라는 수녀의 시성식을 청하면서부터 시작된다. 250년이나 죽은 모습 그대로 있다는 그녀-아울러 신비하고도 종교적인 분위기속에,이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네번째는 아마존 밀림에 사는 오지 부족중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한 부족내에서 벌어지는 살해사건들. 그 시작은 에볼라로 의심되는 치명적인 질병이 발병하면서부터인데-그냥 놔둬도 어차피 죽을 환자를 살해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마지막은 모호한 분위기에서 시작된다. 신비한 동굴과 아무래도 갇힌 것 같은 '나'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결말은 어떻게 날 것인지?
마지막 단편은 그냥 일반 소설로 봐도 되겠고 나머지는 충분히 추리 소설로써 대단하다는 말을 써도 크게 부족함은 없을 거라 본다. 두번째는 살인이나 참혹한 장면은 없지만 마지막의 반전이 어이없기도 하고 유머가 넘치기도 한듯. 물론 2와 5 모두 미스터리로써 크게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첫번째 단편-아아. 마지막에 밝혀지는 살해의 동기와 반전이 참 놀라웠다. '뭐?!'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으니까. 세번째는 무언가 종교적이고 몹시 신비하면서도 인간적이며 비인간적인 동기가 대단했다. 네번째 역시도.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만 28세인 작가가 이 정도 수준의 작품을 써냈다는게 정말 놀랍다. 작가 소개에 아야츠지 유키토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격찬했다는 말이 있는데 그게 당연할 정도로. 앞으로 이 작가의 소설이 또 나온다면 역시 그때도 반드시 보고 싶다. 아울러 이런 작가가 써낼 장편이 몹시 기대되기도 하고 말이다.
사족-목차 뒤쪽,이야기가 시작되기 직전,거기에 써있는 한줄의 문장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그것은 아래와 같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뒷면에 감춰진 의미라고요, 드로브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