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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여지껏 국내에 번역된 렌조 미키히코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죄다 단편집이었다. 묘한 것은 뒤에 번역된 것일수록 재밌었다는 점-해서 언제쯤 장편이 나오려나 기다리고 있었는데...마침 4번째인 백광이 장편이었다. 해서 일단 구매해보게 되었다.
분량은 상당히 짧다. 300쪽을 좀 넘기는 수준이니까. 그런데 이야기의 구조나 전개는 상당히 중층적이라 조금은 신경 써가며 봐야 쫓아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이 이야기하면 그 다음 사람의 독백에서 다른 것이 드러나고,또다시 그 다음 번에서 뒤집히는 그런 구조랄까?
평범한 주부 사토코. 그녀의 허영기 많은 여동생 유키코의 딸 나오코는 오늘도 그녀에게 맡겨진다. 문화센터에 가는 동안 매번 언니더러 돌봐달라 그러는 셈. 하지만 잠깐 그녀가 자신의 딸 가요를 데리고 치과에 다녀오는 사이 나오코가 실종되고...연이어 그녀가 마당 한켠에서 시체로 발견되며 사건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게다가 그 와중에 드러나는 가족간의 숨겨진 일면들.
사토코와 남편 류스케와 시아버지. 유키코와 남편 다케히코. 그들 사이에 얽히고 섥힌 증오와 사랑과 애틋함과 숨막히는 감정은 과연 어떻게 되고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그리고 나오코를 죽인 범인은 대체 누구일까?
언제나처럼 이 작가의 작품은 애증과 불륜이 난무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되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아울러 이렇게 얽혀가는 이야기 구조가 다소 복잡하면서도 이해는 잘되는 편이어서 왠지 재밌었다고나 할까?
특별히 책을 소장하게 되는 마음은 아직까지 생기진 않으나 다음 작품은 계속해서 궁금해지는 묘한 작가. 다음 소설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