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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들의 저택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이 작가분에 대한 설명을 짧게 표현해본다면 '서술형 트릭'이 가장 근접한 표현이 되지 않을까? 즉 길게 이어지는 설명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인가 뒤통수를 치는 트릭과 반전이 준비되어 있으니 말이다. 비록 완전히 본격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 서술이 별로 지루하지가 않으니 작가분의 역량은 역시 대단하다 할 것이다.
이번 소설은 시마자키 준이치라는 고스트 라이터(즉 대필 작가)가 부유한 보석상 고마쓰바라 여사의 의뢰를 받아들이며 시작된다. 물론 서두에는 아직 연유를 알수없는 미스터리어스한 독백이 짧게 나오지만. 아무튼 그녀의 의뢰는 이런 것-즉 실종된 아들 준의 일대기를 책으로 써달라는 거다. 남들은 다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살아있다고 굳게 믿으니,아들이 돌아올때까지 마음의 정리를 위해 의뢰한 셈.
처음엔 먹고 살기 위해 어쩔수없이 뛰어들었으나 점차 어린 시절 꺾인 조숙한 소설가의 일생이란 점에서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그는,이내 적극적으로 작업에 나서게 된다.
문제는 준의 일생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들. 자신의 뒤를 추적하는 의문의 중년 여성과 여기저기서 과거의 모습을 드러내는 '이인(외국인)'의 존재. 아울러 준의 의붓동생 유키와의 에로틱한 관계까지...
또한 준의 과거를 캐면 캘수록 그에겐 무언가 범죄의 낌새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 자신이 저질렀든-혹은 그의 주변에서 알수없게 일어났든간에. 게다가 고마쓰바라 여사 역시 알면 알수록 무언가를 숨긴듯한 기색이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데...
과연 시마자키는 고마쓰바라 준의 자전 소설을 완성시킬수 있을까? 준은 과연 실종된 후 살아있을까 죽었을까? 유키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이며 소설 중간중간 나오는 모놀로그의 주인공은 과연......
역시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답게 반전은 대단하다. 특히 주체가 정말 누구였는가를 생각해보면 이거 다시 봐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 500쪽이 살짝 넘는 두께에도 불구하고 이 쪽수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였으니 스토리 텔링 역시 대단하고 말이다.
다만 굳이 1가지 아쉬운 점을 뽑자면 장편이라는 점 그 자체의 한계인지 트릭이나 추리를 하는 긴박감 자체는 약간 떨어진다는 점이다. 뭐 장점이 뛰어나니 이런 점은 충분히 접어둘수 있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