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율과 주변인들의 이야기

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6월

순수 문학쪽에서는 보기 드물게 저승을 소재로 한 작품. 원래 순문학은 거의 안보지만 좋아하는 소재 중 하나를 주제로 쓴 소설이라 일단 읽어보게 되었다. 

화율은 이룰수 없는 사랑으로 인해 살해당하고 저승차사가 된 인물. 수습기간에 첫 임무를 띄고 이승으로 나가는데 실수로 홍(연홍이었는지 이름이 헷갈림)이라는 소녀의 눈을 멀게 한다. 이 홍이라는 소녀는 원래 양반가의 딸이었으나 부친이 역적으로 몰려 죽고 모친도 정신이 나가 죽고 만 가엾은 처지의 노비 소녀. 게다가 정혼자(이 양반 도령 역시 역모죄로 인해 혀가 잘리고 염색공에게 보내짐)를 보러 가는 길에 못된 놈에게 당해 아이까지 가지고 말았다. 한편 염색공이나 정혼자 도령 역시 처지가 딱하기는 마찬가지. 특히 염색공 노인은 매우 깊은 사연을 갖고 있는데...... 

이리하여 이러저러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 그런데 우리나라 순문학은 여자가 어려운 일을 겪으면 왜 꼭 '당해야' 하며 십중팔구는 '임신'마저 해야 하나?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일이다. 아이로 인해 용서가 어쩌고 마음의 변화가 저쩌고. 이런게 매번 똑같으니 답답해서 순문학은 보지 않는 것이다. 다만 이 소설은 전개나 인물들의 모습이 잘 써진 것은 확실하다. 

앞으로는 부디 저런 패턴을 반복하지 않길 바라며 아무튼 그런 것을 빼면 읽기에 부족함은 거의 없다고 할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