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사랑' 그 자체가 너무나 요란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많은 경험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그 사람의 마음 속에 스며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거창한 이벤트나 요란한 사랑고백이 없어도 두 사람간에 진정한 '사랑'이 존재한다면 말없는 소통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을 믿는다는 것 자체가 기적일테니 말이다. '이 세상에 말로 설명하기 곤란한 것들은 여전히 고백의 형태로 떠돈다.' 분홍주의보에 등장하는 소녀는 말을 못하는 벙어리다. 마침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됐지만 소리내어 고백할 수 없다. 하지만 소녀는 진실한 마음이면 그에게도 전달되리라 믿는다. 그렇게 소녀의 사랑은 시작되었고, 천천히 어른이 되어간다. 사랑이 밀려오려고 할 때 천천히 스미는 분홍을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그건 이 세상의 기상예보로는 예측하기 힘든거야 몸에 분홍이 아주 가물 가물 물드는 거지 그걸 나는 분홍주의보라고 불러...... 분홍이 자신에게 아주 가까이 있다고 느끼는…… 그런 분홍 사랑이 시작되는 그때, 누군가가 내게 '분홍주의보'를 내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무언가 조심해야 될 상황이 오면 누군가 주의보를 준다. 앞으로 이러이러한 상황이 될테니 조심하라고 경고하면서 말이다. 사랑이 시작될때도 분홍주의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천천히 스며드는 분홍색 경보, 그 기분좋은 울림 말이다. 소녀는 사랑을 하면서 마침내 어른이 됐다. 어른이 된다는 건 썩 유쾌한 것은 아니지만, 소녀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얘야, 사람에게 꿈이 필요한건 이 세상의 말보다 더 중요한 말들을 그 곳에서 하기 위해서란다.' 몸 속에 스미는 분홍처럼 분명 어른이 되어서도 몸 속에 남아있는 꿈이 존재할테니, 어른이 되어서도 소녀는 행복할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