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샹보거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데샹보 거리
가브리엘 루아 지음, 이세진 옮김 / 이상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 고향을 찾는 이유는 바로 이런 걸거다. 내가 태어나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느꼈던 익숙한 모든 것들-그것들의 원초적인 익숙함-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내가 살았던 고향집, 식구들과 복작거리며 먹었던 저녁 식사, 언니와 옷 한 벌 때문에 싸우던 추억,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거닐던 산책길....이런 모든 것들이 무의식안에 자리잡고 있다가 생의 마지막 순간이 되거나 혹은 힘이 드는 일상에 부딪혔을때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 아닐까? 그런 익숙한 기억이야 말로 삶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치료약일테니 말이다.

'데샹보 거리 는 책의 저자인 가브리엘 루아가 어린 시절을 살아온 거리다. 책의 주인공인 크리스틴의 입을 빌려 저자가 살아온 거리와 가족, 그리고 성장하기까지의 일이 책 안 곳곳 담겨있다.

조그마한 꼬맹이라고 해서 세상일을 모를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프티트 미제르-크리스틴-은 삶의 소소한 부분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삶에 찌든 아버지가 프티트에게 "너 같은 건 낳지 말았어야해"라고 말한 것에 상처받아 다락방에 숨어버렸던 어느 오후, 그녀는 아버지의 따뜻한 정을 확인하게 된다.
"얘야...배가 고플 텐데"
이 말 한마디에 프티트는 다락방을 내려와 아버지와 마주하고 타르트를 먹게 된다.
또한 수녀원으로 떠나버리는 오데트 언니를 배웅하면서 마지막까지 언니의 귀에 대고 "데데트..언니 노란 리본 있잖아..언니가 괜찮다면......."이라고 말하게 된다. 이해심 많은 언니는 이미 동생에게 노란 리본을 선물하고 자신의 길을 떠났다.

백일해에 걸린 크리스틴은 전염력 때문에 친구들과 놀지 못하고 집에만 갇혀있게 되는데 그 순간에 고독과 마주하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가장 순수한 경이는 언제고 몰입할 수 있었던 바로 나 자신에게 있었다. 그러한 경이로움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도리어 눈에 띄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었으리라. 어째서 최고의 친구, 가장 각별한 동반자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진작 깨닫지 못했는지. 고독은 이 유일하고 진정한 벗과 마주할 뿐이거늘 어째서 그토록 고독을 두려워하는지. 그 벗이 없다면 인생은 온통 사막 아니겠는가.>

수많은 자식들이 있음에도 자유에 대한 열망을 꺽지 못하고 크리스틴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어머니, 식민지 사람들을 통해 사람들의 욕망의 깊은 곳을 들여다본 아버지, 그리고 크리스틴에게 찾아온 첫사랑까지 수많은 일련의 사건들은 크리스틴이 올곧고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반짝반짝 빛나는 문장들 사이로 그녀의 추억을 함께 공유한 것 같아 나까지 내 안의 추억속에 빠져든 기분이였다.

삶에 지쳐 무언가에 기댈것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책을 읽어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아름다웠던 옛 추억과 대면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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