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케옵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토탈 케옵스 - 마르세유 3부작 1부
장 클로드 이쪼 지음, 강주헌 옮김 / 아르테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마르세유'라고 하면 아름다운 항구도시,라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다. 늘 그렇듯 내가 실제로 살고있는 곳이 아니라면 어느 것에든 환상을 갖기 마련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장소든. 장 클로드 이쪼가 그리는 마르세유는 머리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몽땅 바꿔버렸다. 관광객들이 수없이 다녀가는 곳이지만 더이상 미래가 없는 곳, 여러 나라에서 여러 인종이 몰려오는 인종 전시장, 희망 따위는 찾아 볼 수 없는 암울한 곳-그곳이 바로 마르세유라고. 

그래서일까. 어려서부터 함께였던 세 친구는 암담한 현실앞에 꿈을 잃고 여러 곳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누구는 어두운 뒷골목의 범죄세력 속으로, 누구는 국제적인 범죄자로, 누구는 모두가 피하는 경찰로. 떨어져 있어도 늘 서로를 그리던 세 친구는 결국 '죽음' 앞에 다시 만나게 된다. 맨 처음 마누가 처참히 죽었고, 마누의 복수를 위해 우고가 죽었다. 세 친구 중에 파비오만 살아남았다. 파비오는 이제서야 죽음보다 더 처절한 현실앞에 마주서게 된다. 친구들의 죽음 앞에서 진실을 찾아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어떠한 꿈도 꾸지 못하던 파비오였다. 그래서 경찰직에서도 한직으로 쫓겨났고 사랑하는 여자들도 떠나보냈다. 홀로 낚시를 하며 하루하루 견뎌낼 뿐이였다. 그런 파비오에게 '토탈 케옵스(대혼란)'이 찾아온다.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다. 그저 친구들을 위해, 진실을 위해 대혼란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수 밖에는. 

마약과 폭력으로 얼룩진 도시. 폭력단과 폭력단이 세력을 잡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전쟁을 벌이는 곳. 그곳에서 친구들은 살해당했고, 젊은 라일라는 강간당하고 처참히 살해됐다. 세 친구의 연인이였던 롤 역시 행방이 묘연하고 사건을 파헤칠 수록 파비오는 수렁속으로 빠지는 느낌을 받는다. 결코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 

파비오는 결코 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똑똑한 탐정도 아니고, 강인한 남자도 아니다. 그 역시 현실속에 번뇌하고 고민하며 현실을 살아가는 남자일 뿐이다. 하지만 친구들의 죽음으로 인해, 사랑했던 라일라의 처참한 죽음으로 인해 드디어 대혼란 속으로 걸어들어갈 용기를 얻었다. 자신의 삶에 조금은 더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자하는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파비오가 변해가면서 사건 역시 조금씩 베일을 벗어내게 된다. 

세상만사 그런 거지.  

하루의 삶도 코미디, 인생도 코미디. 

어떤 노래의 한구절처럼, 어쩌면 인생은, 세상은, 한토막의 코미디와 같을지 모른다. 고통당하고 버림당해도 결국은 씁쓸하게 웃게되는 코미디같은 것. 그렇게라도 씁쓸하게 웃으며 끝내야 인생이 조금은 덜 비참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파비오는 모든 사건의 마지막에서 그걸 깨달았을지 모른다. 그가 마침내 대혼란속에서 걸어나왔다.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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