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광기
라우라 레스트레포 지음, 유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광기 [, insanity]
정상의 정신상태가 아닌 것을 가리키는 말.

책을 읽기 전에, 그리고 읽고 난 후 사전을 뒤져보며 '광기'의 뜻을 찾아보았다.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정확히는 알지 못했던 그 말 뜻은, 역시나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닌것을 뜻했다. 어딘가 얽히고 섥혀서 엉망인 상태, 제대로 사고하지 못하고 앞뒤 분간하지 못하는 상태, 그래서 미쳐 날뛰는 광기의 상태.

아구스티나는 지금 '광기'에 빠져있다. 그녀의 남편 아길라르는 단지 삼일 동안 출장을 다녀왔을 뿐이다. 그 삼일의 시간동안, 아내인 아구스티나는 미쳐있었다! 그 동안 무슨일이 있었을까? 왜 아구스티나는 집이 아닌 낯선 호텔에서 어떤 남자와 있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에 아길라르는 아구스티나의 광기가 자신에게 옮겨 오는 것을 느낀다. 자신의 빛을 잃고 멍하게 허공을 응시하는 아구스티나와 그녀의 광기로 인해 고통받는 아길라르는 읽는 독자로 하여금 그들의 광기 속으로 확실히 발을 들여놓게 만든다.

개인과 집단에 일어날 수 있는 광기는, 단지 미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거리를 배회하기만 한다면 '광기'가 옮을까봐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아도 될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광기는 오랜 시간동안 아주 천천히 개인과 집단을 안으로 파먹어서 고통받게 만든다. 마치, 아구스티나의 외조모와 외조부에서부터 광기가 흘러왔던 것처럼.

아구스티나의 외조부는 음악가였지만 점차 자신을 옥죄여오는 광기에 결국 삶을 내주고 말았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소음, 알파벳 철자대로 읊조리는 독일 강들, 현실을 놓치고 내면에 빠져드는 사고까지 모두 광기에 속해있었다. 그 광기는 결국 한 가족을 파국으로 내몰았다. 파릭스와 블랑카와 깊은 관계였는지, 혹은 에우헤니아와 깊은 관계였는지 알 수 없지만 결국 파릭스가 나타난 이후로 그들은 광기의 깊은 급류에 빠져들었고 삶을 그에게 내주었다.

에우헤니아는 차갑고 고고한 아가씨로 자라지만 그녀가 가져온 광기는 결국 그녀의 가족을 뿔뿔이 흩어놓고 만다.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한 거짓말은 막내 비치를 머나먼 멕시코로 보내버렸고, 남편을 죽음으로 내몰았으며 외동딸 아구스티나를 영원히 미치게 만들어버렸던 것이다.

그렇게 세대를 걸쳐 온 광기와 더불어 콜롬비아의 전쟁과 내전, 마약와 테러등이 채 전반에 등장하며 광기에 더한 광기를 부여한다. 작가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택하면서 책의 순서 역시 마음대로 흐트려놓았는데, 시제 역시 일인칭과 삼인칭을 오가고 순서 역시 과거와 현재를 마음대로 오간다. 마치 '광기'에 빠진 사람과 같은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은 자, 과연 누구인가?" 라고 작가는 책머리에 묻는다. 또한 아길라르의 막내 역시 아버지에게 이렇게 묻는다. 아빠, 사람이 속으론 다 미친 거에요? 어쩌면 이 말들이 정답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정상과 미친 것의 차이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미쳐 날뛰는 세상속에서 나 혼자만 정상적인 사고를 한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미친 것 아닐까. 그럼에도 아길라르는 사랑으로 아구스티나를 치료하고자 한다. 비록 그녀의 내면 깊숙이 광기로 쌓여있다고 해도, 어쩌면 언젠가 미친 세상에서 아구스티나를 구해내지 않을까라는 작은 희망을 가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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