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
에트가 케렛 지음, 이만식 옮김 / 부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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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장광설 같은 이야기보다는, 때론 짧은 한마디에 가슴이 '쿵'하고 울리는걸 깨닫게 된다. 진심이 담겨있는 한 마디라면, 미사여구로 가득한 백 마디보다 더 절실히 가슴에 와닿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에트카 케렛의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를 만나게 되었다. 

자주 오지 않는 버스가 눈 앞에서 출발하려고 한다면, 그 누군들 숨가쁘게 뛰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 운전사는 누구도 봐주지 않고 그냥 출발한다 한 사람에게는 15초 아끼는 것이 될 지 모르나 전 승객들의 15초를 합하면 어마어마한 시간이 되므로, 버스 운전사는 자신만의 철학에 따라 절대 뛰어오는 승객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다가 너무나 착한 에디를 만나고서는 잠시 자신의 철학을 접어두는데, 누구라도 에디를 본다면 그러할 것이다. 신이 되고 싶었던 그 버스 운전사는, 어쩌면 에디를 만나 신의 영역을 조금이라도 맛보지 않았을까. 

소원을 들어주는 벽의 구멍에 '천사'를 외쳤던 우디는 결국 천사를 잃었다. 5층 건물에서 떨어진 천사는 그의 하얀 날개 한 번 펴보지 못하고 추락사한 것이다. 어쩌면, 이 각박한 세상에서 천사는 날개잃은 인간과 똑같은 존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글이글 뜨거운 불길이 가득한 지옥에서는 백 년에 한 번씩 사람들이 외출을 나오고, 짧은 자유를 누리다가 다시 지옥으로 돌아간다. 비록 지옥의 문은 닫혔지만, 우리 모두 이 지옥같은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또다른 지옥을 찾아 떠나는건 아닐지. 헤브라이 신이 애굽에 내린 열 가지 재앙 중에 가장 지독했던 마지막 재앙은 온 집안의 장자가 죽는 것이였다. 온 애굽이 곡 소리로 시끄러울때 오직 한 집만이 평온했으니, 그 집은 장자가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장자는 온전한 장자가 아니였기에 재앙을 피해갈 수 있었으나, 마음 속 깊이 새겨진 상처는 어찌 치유할련지. 

짧은 단편들이지만 읽고 나면 한 번씩 깊은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때로는 이솝우화 같기도 하고, 때로는 신문기사 같기도 하고, 때로는 논문같기도 한 이야기들은 복잡한 세상과 맞물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진심이 담긴 한 마디는 삶을 바꾸어 놓는다. 이 책 역시 짧은 단편들이 가득하지만, 담고 있는 무게는 두꺼운 책 못지 않다. 그 안에 담긴 세상이 진짜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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