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 필요한 이 세상의 모든 아빠들에게..

<마흔에 잘린 뚱보아빠>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마흔에 잘린 뚱보 아빠
나이절 마쉬 지음, 안시열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9월

"거의 모든 남자들에게 삶이란 없다. 단지 삶이 있는 척할 뿐이다."  

어쩌면 이 말이 정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어렸을때, 아빠는 인생의 위기를 맞은적이 있었다. 어쩌면 가족 모두 뿔뿔이 흩어질 수도 있었고, 어쩌면 지금 사는곳이 아닌 다른 지방으로 가야할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가족  누구도 바라지 않는 사태였고, 매 순간 불안하게 지냈던 것이 기억난다. 위기는 잘 넘어갔지만, 그 후로 아빠의 머리에는 흰 머리가 더 늘어났고, 더 열심히 일하셨다.  

남자 나이 '마흔'이 되면 어느 누구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그때 쯤이면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들이 곁에 있게 되며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지위에 있게 된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도 있고, 아니면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중간의 나이, 그것이 '마흔'이 아닐까 싶다. 책의 저자는 이제 막 '마흔'살에 도달했고 인생의 중대한 위기를 맞는다. 바로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어떤 특별한 계기 없이도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시점에서, 저자는 해고와 함께 삶을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돌아본 삶은 엉망이였다. 너무나 사랑하는 자식들이지만 아침 일찍 출근해서 늘 자식들이 잠든것만 보게 된다. 일이 너무 많아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늘 일에 매여있다보니 운동할 여력이 없어 몸무게는 80kg을 훌쩍 넘었다. 그리고 한두잔씩 즐기던 알콜이 즐기는 수준을 넘어 중독에 이르게됐다. 뭔가, 결심이 필요했다!!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1년간 휴식을 얻은 저자는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대로 휴식을 즐긴다. 휴식이라도 해서 마냥 퍼질러 있었다면, 공감하기 힘들었겠지만 저자는 소흘했던 아이들에게 눈을 돌리고, 자신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한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더 열심히 손을 내민다. 

어쩌면, 이 이야기가 대한민국이 아닌 외국, 그것도 호주에서 있었던 일이라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에서 40대 가장이 '나 일년만 쉬고 싶어'라고 말한다면 다들 미쳤다고 할테니까. 집과 사회 모두에서 쥐어짜인 우리의 아빠들은 마흔살이 되도 자신을 돌아볼 여유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또 나아간다. 그게 너무나 안타까웠던 나는 책의 저자의 신선한 의도와 생각에 많이 공감했고 또 공감했다.  

우리는 누구든지 '휴식'이 필요하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대한민국 아빠도, 호주의 아빠도 모두들 예외없이 휴식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에서 휴식을 선택한 한 명의 가장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자신의 발전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애쓰는 그 모습이 정말 행복하게 보였다면 너무 과장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 일년을 헛되이 버린 것이라 말할수도 있겠지만, 책을 다 읽고 생각해보니 길고 긴 우리네 인생에서 일 년은 투자해볼만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나의 아버지에게 그런 시간을 드리지는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자신만을 위해 쉴 수 있도록 시간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