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단편들을 읽다보면, 글을 쓴 작가가 너무나 궁금해질때가 있다. 특히 '굿바이 파라다이스'를 읽을때 그 호기심이 증폭했는데 아름답기도 하고 때론 눈물도 나고 혹은 기괴하기도 한 이야기들을 생각해 낸 작가의 세계가 손에 잡힐 듯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강지영이 써내려간 단편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상처받은 사람들이다. 벌이 살지 않는 벌집속에 다닥다닥 모여사는 그들은 자기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끝자의 양녀가 되고자 한다.(벌집에는 벌이 살지 않는다) 아버지의 멍한 시선속에 담겨있는 나디아를 발견한 순간, 그녀의 포로가 되어버린 그는 말못하는 장애인이지만 살인자이기도 하다(안녕 나이다) 동성애 취향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그는 하나의 점이 되어버린다.(점) 사회 고위층이지만 자신의 비밀스런 성적취향을 위해 클럽을 찾는 이들도 있고(캣 오 나인 테일즈) 하나의 심장을 공유한 샴쌍둥이도 등장한다.(하나의 심장) 각각의 서늘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죽음'일 것이다.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죽음은 우리를 공포에 내몰기도 하고 도망치게도 하고, 때론 체념하게 만들기도 한다. 강지영이 만들어낸 세계에 사는 인물들 역시 자신의 욕심을 위해, 이상향을 위해, 목적을 위해 살인까지 불사한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얻고자 한 것은 삶에 대한 사랑과 집착이 아니였을지. 한국의 장르문학에 이런 걸출한 작가가 존재한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이제라도 발견했다니 다행이다. 단편들을 모아 한 권에 책에 맛깔나게 버무린 솜씨라면 장편 역시 흥미로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강지영의 행보에 다시 주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