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6월 11일 김중혁 작가님의 '뮤직비디오 낭독회'에 다녀왔습니다.

뮤직비디오와 낭독회라...굉장히 색다른 낭독회가 될 것만 같아 제 가슴까지 설레더군요. '악기들의 도서관'을 읽으며 이렇게 멋진 작가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버려 너무나 안타까웠거든요^^*

개구쟁이처럼 싱글싱글 웃으며 등장한 김중혁 작가님. 유머 감각이 굉장히 풍부하셨어요. 대뜸 말씀하시길 (홍보 문구에 한국문학의 차세대 4번 타자라고 씌여 있었답니다) "저는 8번 타자정도 되는데 저 문구에 낚여서 오신 분들은 실망마시고 8번 타자의 단타를 기대해 주세요"라고 하시더군요.

진행하신 사회자님과 김중혁 작가님의 묻고 대답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책 뒤편에 보면 작가님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가 그러져있는데 실력이 대단하세요. 그림을 따로 배우신건지?

->배운 적은 없고 수업시간 뒤에 앉아 낙서한게 그림 실력 전부입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아마추어에 근거한 것입니다. 아마추어임에도 뻔뻔하게 계속 도전하는게 저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4번타자라고 기대해주는것도 좋지만, 이승엽 선수도 4번 타자일때 부진했고 스스로도 6번이나 7번 타자 정도가 편하다고 말한적이 있습니다. 제가 한국문학을 이끌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고 구석에서 묵묵이 작품을 써나가면서 저 작가는 혼자서 저런일 잘 하는구나...라는 소리를 듣는게 꿈입니다.

-'악기들의 도서관'에 대해 설명 좀 해주세요.

->알라딘 행사로 오신 분들이니까 자세한 책 소개는 알라딘 책 소개에 가보시고...(유머감각 정말 뛰어나시져^^;; 한참 웃었다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음악, 소리에 대해 들어있고 두 번째 단편을 쓸 때 '소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글이라는 평면적인 것으로 가상과 무형의 '소리'를 표현하는 작업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새로운 작업을 계속 해나갈 생각입니다.

참고로, 각 단편들의 앞장에는 그 단편의 제목이 씌여져 있는데 그것도 작가님이 손수 그리신거라고 해요. 감각이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사회자님의 칭찬에 쑥스러워진 작가님 왈 "우리 책 팔러 온 사람 같지 않나요?" 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때도 한바탕 웃음이 터졌답니다.

본격적으로 뮤직비디오와 함께 낭독회가 펼쳐졌어요. 첫번째 낭독은 '유리방패'중에서 이루어졌어요. 혹시 기억나시는지? 27살의 우울한 백수들이 우연한 기회에 면접관이 되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들이 버스 뒷편에 앉아 나누던 대화는 저 또한 인상적이였는데 그것을 뮤직비디오와 함께 낭독해주셨어요. 끝없이 이어지는 버스차선과 도로들...그리고 작가님의 낭독은 정말 멋진 시간이였답니다.

쭉 이어지는 도로를 찍기 위해 3일 정도 버스를 타고 영상을 찍으셨다고 해요. 작가님의 열정과 준비에 감탄했답니다^^*

-(이건 저도 궁금한 질문이였는데)매뉴얼 디렉터라는 직업이 있나요?

->소설 쓸 때 직업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 직업 가진 사람은 어떻게 살고 생각할까?? 에서 시작하는 것이져. 소설이 좋은게, 내가 원하는대로 되는게 재미있어서 없는 직업에 대해 상상해서 많이 씁니다.

다음 뮤직비디오는 '엇박자 D' 의 부분중에서 발췌해서 들려주셨어요. 일명 '편집본'이라고 하셨는데 작가님이 편집하신게 아니라 대화부분을 읽을 때 치명적인 결합이 있기 때문에(^^;;) 대사 부분 건너뛰고 나머지 부분들을 들려주셔서 편집본이라고 말씀하신 것이였어요. 

-better togethter-라는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하셨어요. 여러 사람들이 부른 여러개의 better togethter가 등장하며 이어졌어요. 엇박자 D에서처럼 전혀 다른 사람들이였지만, 그 목소리와 노래의 의미를 그대로 전달되는, 정말 남다른 감상시간이였어요. "다른 목소리지만 하나가 되면 좋지 않을까"라는 의미에서 여러 연주를 짜깁기해서 만드셨다는 작가님. 엇박자 D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여러가지 알찬 것을 준비하지 않으면 독자들이 책을 집어 던지고 환불을 요구할까봐(^^;;) 기타연주까지 준비하셨어요. 기타연주도 일품, 노래도 일품이셨는데, 연주 후'에 모두 "앵콜"을 외치자 "엇박자 D에 보면 '물론 앙코르 곡을 준비해두었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라고 멋지게 받아치시며 앵콜곡을 연주해주셨어요. 물론, 다시 한 번 음악과 작가님에게 푹~빠져버렸답니다.

마지막 낭독은 야심차게 준비한 '쓰고 있는 장편소설'의 앞부분을 낭독해주시는 시간이였어요. 전에 김연수 선생님께서(김연수 선생님과 친한 친구분이시래요)쓰고 있는 단편소설 전편을 다 낭독한 자리가 있었는데 참 참신한 시도인것 같다고 생각하셨대요. 그러면서 단편을 쓸까하다가, 뭐 그럴것까지 있을까싶어서 쓰고 있는 장편소설의 앞부분을 낭독해주셨어요. 제목이 바뀔것 같다고 하시면서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의 앞부분을 낭독해주기 시작하셨어요.

이 작품엔 안테나 감식반이 등장하는데 직업의 특이한 만큼 글 역시 특이하고 재미있더라구요. 앞부분을 들으며 뒷부분이 너무나 궁금해지는 시간이였습니다. 어서, 빨리, 다음 작품 내주세요~~라고 외치고 싶었답니다^^;;


사인 받으면서 제 아이디 'POISON'을 말씀드렸더니 멋진 사인을 선물해주셨어요. 작가와 독자가 소통하는 강연회, 낭독회 자리는 어느 자리이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인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김중혁 작가님의 뮤직비디오 낭독회는 그 의미가 좀 남달랐어요. 작가님의 멋진 감각과 열정이 더해져서 더 즐겁고 행복했다고나 할까요. 거기다가 작가님의 왕팬이 되어버렸으니 그 시간은 하나하나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비록 자신은 4번 타자대신, 8번 타자로 남겠다고 하셨지만 전 기대하고 싶습니다. 작품 낼때마다 독자들의 설레는 마음을 잘 이해하고 도닥여줄 작가님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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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8-06-23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기들이 도서관으로 김중혁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아주 흥미로운 소설이더군요. 재미있게 읽었구요.
유머감각이 뛰어나군요. ^^ 나는 좀비와..., 도 기대되네요.
좋은 시간 가지셨던 것 같아 부러워요.^^

2008-07-25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