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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과 이상한 이야기 클럽 1 - 피아노와 괴조와 흡혈귀
허교범 지음, 변우재 그림 / 창비 / 2026년 7월
평점 :
베일에 싸인 피아노 선생님 ‘베토벤’이 자신의 피아노 교습소에 모인 세 아이에게
청년 시절 직접 겪었다고 주장하는 기담을 들려주는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다.
오싹한 대학 입시 연주회와 피아노에 깃든 기이한 존재를 다룬 <피아노와 묵주의 모험>부터, 열기구 탐험과 거대한 미지의 새가 등장하는 인디아나 존스풍의 <열기구와 괴조와 흡혈귀>,
서늘한 정통 호러와 미스터리가 어우러진 ,창문과 벽장의 모험>까지.
호러, 판타지, 추리, SF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장르적 스펙트럼 덕분에
읽는 내내 질릴 틈 없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피아노의 저주부터 흡혈귀의 등장까지,
유럽의 풍경을 담아낸 삽화와 서사가 어우러져
작품 전반에 고풍스럽고 기묘한 서구적 정서를 짙게 풍겼다.
하지만 단순히 기이한 모험담에 그쳤다면 여느 괴담집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의 진짜 묘미는 이야기를 들은 후 펼쳐지는
세 아이 잔 다르크, 텅스텐, 긍지의 입체적인 반응과 토론에 있다.
이야기를 과장된 비유와 상징으로 해석하려는 잔 다르크,
엄밀한 논리로 허점을 지적하는 과학도 텅스텐,
모험담을 있는 그대로 다정하게 믿어주는 긍지.
이 세 아이가 벌이는 설전을 보고 있노라면 독자 역시 자연스럽게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베토벤의 허풍일까?’
라는 지적인 추리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책 속 베토벤의 경험담을 읽다 보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스산한 상상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그 진위가 미치도록 궁금해진다.
여름밤을 서늘하게 식혀주는 매력적인 이야기 덕분에 단숨에 읽어 내려간 작품이다.
베토벤의 기담에 취하고 세 아이의 설전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이 기묘한 세계관의 팬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