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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인생은 흐른다 - 이천 년을 내려온 나를 돌보는 철학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3년 9월
평점 :
이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의 철학은 몽테뉴와 단테, 루소 등 세계 유명 지성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과거는 망각의 손에 맡기고, 미래는 신의 손에 맡기면 된다. 우리의 손에 있는 것은 오직 현재뿐이다.”
현재를 사는 삶이야말로 짧은 인생길을 잊는 시간이기도 하다. 현재를 과거에 얽매이고 미래를 걱정하며 보낸다면 인생을 허비하는 지름길에 들어선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수명이 짧은 것이 아니라 인생의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하는 데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는 데 집중한다면 이 책에서 말한 것과 같이 주어진 수명이 짧은 것이 아닌, 우리가 인생을 짧게 만들고 있으며,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시간을 함부로 쓴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을까. 우리의 손에 있는 것은 오직 현재뿐이듯 현재를 과거로 쉽게 보내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인생의 짧음과 행복한 삶, 마음의 평온에 관하여 말하는데, 미셸 투루니에의 <짧은 글 긴 침묵> 제목이 스쳐 지나갔다. 짧은 글들이 페이지를 촘촘히 채우고 있지만, 긴 침묵을 만들어 삶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이천 년을 내려온 철학이라면 앞서 말한 여러 지성인에 의해 재해석되거나 그들의 언어를 통해 비슷한 맥락으로 전해졌을 텐데, 오히려 현시대에 들어맞는 인생 조언을 짧고도 쉽게 전달받아 복잡하지 않고 좋았다.
“자연은 인간이 어떤 괴로움을 짊어지고 태어났는지 잘 알기에 우리 괴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가장 심각한 병에도 금세 익숙해지는 습관을 함께 주었습니다.”
필연으로 여기면 용감하게 버틸 수 있고, 습관으로 받아들이면 수월하게 견딜 수 있다는 말이 내포하는 의미는 어떤 인생을 살든지 자신에게 찾아온 불행을 혐오하지 않고 선뜻 받아들인다면 즐거움과 휴식과 기쁨을 찾을 수 있기에 불행을 받아들이면 평온해진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나 보다.
현재에 충실한다는 건 버티는 삶인 걸까. 과거와 미래에 낀, 현재에 매달리는 힘이야말로 흐르는 인생과 잠시 마주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인 것 같다.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