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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하는 언니들 - 12명의 퀴어가 소개하는 제법 번듯한 미래, 김보미 인터뷰집
김보미 지음 / 디플롯 / 2023년 9월
평점 :
이성애가 기본값인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한다. 아니, 당연히 존재한다. 이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들인데 여전히 한심한 잣대들을 부수어버려야 하는 입장이다. 세상에는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젠더가 존재한다. 그래서 성별란에 여성과 남성 외에 기타(other) 항목이 있는 나라도 있다. 선진국이란 경제 강대국이 아니라 이런 항목에 체크하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게 선진국 아닐까.
무엇이 중요하고, 언제 행복한지를 아는 일이 삶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정체성은 움직이거나 고정화 되기도 한다. 원래 그래서, 태어나 보니 그래서, 조상이 그래서, 시스템이 그래서. ‘그래서’라는 완벽하게 생략되어 버린 정의가 한 인간의 정체성까지 침범해 버린 세상에서 이 책은 ‘그래서’에 마침표를 지우로 물음표를 붙인 제법 강단 있는 언니들의 이야기를 펼쳐냈다.
이 책의 12인 중 한 명인 장서연은 퀴어들에게 ‘당신은 축복받았다’라고 말하며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들은 자기 정체성에 대해 고민할 기회가 명백하진 않으니 축복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군가는 안 해도 될 고민거리를 하면서 불편하게 세상 살아간다고 하겠지만, 그녀들에게는 존재의 의미를 찾는 아주 중요한 일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퀴어들의 다양한 고민거리, 건강하고 안전한 관계와 섹스를 지향하는 법, 불안함을 다잡고 퀴어로서 행복하게 사는 법과 퀴어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콘텐츠를 알려주고 있으며, 성소수자로서 품위 있게 사는 법, 후배 퀴에들에게 전하고픈 당부 내용까지 아주 현실적으로 와닿는 내용이 이 책에 담겨있다. 동시에 그녀들의 사적인 내용을 알게 되어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그녀들만의 세계가 아닌 우리의 세상으로 받아들이는데 한 걸음 다가간 것 같아 좋았다. 또한 주어진 세계를 의심하는 일이 존재의 의미를 알아가는 축복받은 시간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12명의 멋진 언니들을 통해 전달받는 시간이었다.
“자신을 관찰하고 연구할 줄 알아야 해요. 나를 자세히 봐야 뭘 했을 때 진심으로 좋은지, 뭘 주의해야 할지 알게 되잖아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 정체성을 깨닫게 되고요.”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