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양장) - 무소유 삶을 살다 가신 성철·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메시지
김세중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물건뿐만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도 애정하는 반려 동,식물도 그러하다. 하나가 남긴 기쁨이나 순간의 행복을 못 잊어 반복하여 세기고픈 욕구는 분명 결핍에서 오는 것일 터인데.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삶을 담은 <무소유>가 성철 스님 열반 30주기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간되었다. 소유로 불행해지는 인생의 낭비 시점에서 멈추고 비워내어 제대로 본다면 남는 건 열린 마음일 것이다. 그곳에 무엇을 담아야 하나. 무소유의 가르침을 인식해 놓고 담을 궁리를 하고 있으니 우습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법정 스님이 말씀하셨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 했으니 제 그릇 담을 일은 비워낸 가벼운 마음으로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

“우리 마음은 갖가지 번뇌 망상으로 물들어 있어 마치 파도치는 물결과 같다. 물결이 출렁일 때는 우리 얼굴이나 모습도 일렁이고 왜곡되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물결이 조용해지면 모든 것이 제 모습을 나타낸다. 저 연못이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고 맑으면 물밑까지 훤히 보이는 것처럼.” <화엄경>

고독은 그 자체로 병이 된 지 오래다. 고독을 피하고자 일렁이는 마음을 받아들이며 출렁이는 삶을 선호한다. 뭐가 그리 바쁜지 모르겠다. 몸도 바쁘고 정신 또한 바쁘다. 이 책은 <노인과 바다>를 통해 신이 사라진 세계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 나서는 한 인간의 고독한 사투를 그리며 실존적인 자기 자신과 마주침을 이야기한다. 고독은 기회다. 온전한 자신과 마주할 기회. 혼잡스러운 일렁임과 출렁임을 잠재우고 마음의 평정, 마음의 텅 빈 상태인 무소유로 고독을 받아들인다면 보이고 열리는 게 있을 것이다.

“세상 사람은 늙음과 죽음에 삼켜져 버립니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들은 세상의 이치를 알아 슬퍼하지 않습니다. 그대는 오거나 가는 사람의 그 길을 알지 못합니다. 그대는 그 양극을 보지 않고 부질없이 슬피 웁니다.” <숫타니파타>

흘러가는 우리네 인생에서 마지막이라는 단어처럼 낯설고 두려운 것이 있겠느냐고 저자는 묻는다. 없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없다. 하지만 마지막 바로 뒤에 오는 시작을 생각하면 두려울 일이 없다는데, 마지막을 죽음으로 단정하자면 다음을 생각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 양극은 결코 편견과 착각을 이길 수 없을 만큼의 슬픔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영미 문학가인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로 아름답고 숭고한 마지막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평소 법정 스님은 떠남의 자세에 대해 말씀하시며 떠남은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지기에 떠날 때는 그저 떠나는 것이 아니라 버리고 떠나야 함을 강조하셨다고 한다. 과연 해 낼 수 있을까. 이 부분은 나중에라도 곱씹어 봐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일상에서 스스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은 세계 유명 도시로 여행을 떠나고, 세상의 온갖 곳을 탐험한다 해도, 삶의 기쁨과 가치는 놓치고 마는 순간의 기쁨에 젖어 있을 뿐이라고 한다. 잔잔한 일상에서 기쁨을 발견해 내는 일이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자라는데.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일만큼 제대로 된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은 없을 것이다. 한 번쯤 소심하든 대심하든 일탈이 필요할 때도 있다. 스님의 가르침 앞에서 일탈이 웬 말이냐 싶겠지만, 해봐야 가르침이 와닿듯 한 번쯤은 벗어나는 것도 해볼 만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이 벗어남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말해준다.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이란 자신의 의미를 채우는 삶입니다.”

내 영혼과 얼마나 일치되어 있는가로 삶의 의미를 채우는 일은, 무소유를 실천하며 생긴 빈자리에 널찍하게 자리 잡고 한세월 평화롭게 사는 게 행복이자 가치 있는 삶 아닐까.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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