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 에어포트
무라야마 사키 지음, 이소담 옮김 / 열림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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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만화가 료지 이야기다. 현실적으로 너무 와닿는 좌절감에 벚꽃 날리며 화사한 옷차림의 사람이 있는 책 표지가 무색할 정도로 표정을 잃어가며 읽었다.

천직이라고 여겼던 일을 그만두면서 마음 편하다가도 허무했다는 료지의 말은 소설의 초반에 절절하게 다가왔다. 어깨에 얹었던 짐을 내려놓은 일처럼 홀가분하면서도 익숙함을 잃어버리는 공허함은 없을 테니까.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는 날들을 보내다가 여자친구 시오리와도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계속 웃고 있을 수 없었겠지. 앞날이 보이지 않는 불안을 혼자 쌓아 올리다가 조금씩, 곁을 지켜준 연인과 절친에게 거칠게 굴기 시작했다.

“하얀 원피스를 입고 창 너머 벚나무 가지를 올려다보는 옆얼굴과 살짝 뒤로 젖힌 몸의 선, 온몸에 내리쬐는 봄빛이 아름다워서 기억 속의 정경을 있는 그대로 파스텔로 옮겨 그린 스케치였다.”

살던 집의 벽에 그린 시오리의 모습을 생각하며 연인과 절친을 뒤로한 채 공항으로 향한다. 공항의 높고 커다란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화창하게 맑았고, 비행기가 기분 좋게 활주해 날아오르는 공항은 그야말로 좌절에 빠진 료지를 세탁해 주는 곳으로 느껴졌다. 꽃향기 솔솔 나는 유연제가 가득한 공간 같은 거.

료지와 공항 서점 직원인 벚꽃색 입술의 유메코와의 만남은 두 사람 모두에게 행복이었다. 이때부터 나의 얼굴도 활짝 펴졌으려나. 무사한 여행과 행복을 바라는 말을 외우는 마법사 서점 직원이 되고 싶은 유메코. 책에 마법의 힘이 있다는 어릴 적 할머니가 말씀하신 힘을 믿고 마법을 진열하고 판다. 서점 안 두 여성 손님은 학창 시절의 단짝 메구미와 마유리로 30년 만에 재회한다. 절친이라는 말이 가슴에 박힐정도로 그리워하던 두 사람. 그리고 넓은 공항에 꽃가루를 뿌릴 누군가가 나타난다.

“공항이라는 장소에는 제각각 인생의 아주 짧은 시간이 교차해 만나고 또 헤어진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했다. 또 언젠가 만나면 좋겠다고 바라면서.”

“지상에서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는 우리에게 공항은 잠시간 인생의 시간을 멈추는 장소일지도 몰라.”

여행에 앞서 맛보는 달콤하고 향기로운 공항의 기운은 감성의 오작동을 일으키는 걸까? 공항에 가면 마법 같은 해피엔드가 기다릴 것 같다.


* 출판사를 통해 도서는 제공받았지만 주관적인 생각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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