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감정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저자인 데비 텅과 같은 INFJ 성향을 갖은 사람은 더 버거워하는 것 같다. 현재 상황이 그녀와 비슷했다면 엄청나게 동요되었을 만한 카툰 에세이다.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여 데비 텅과 같은 부서진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던 날들을 만나며 우울에 동참하려 했으나 현재의 기운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아 그녀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는 시간은 어떤 잡음도 구속도 허락지 않고 먹구름이 번개를 만나며 내리는 시원한 비처럼 책의 페이지에 마음을 쏟아내게 그냥 두었다.그녀는 심적 고통을 정직하게 묘사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패턴을 보이며 버거움의 강도를 한꺼번에 내보이는 걸 거부하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씩 토해내며 자신을 컨트롤하는 모습에서도 여전히 세상과 마주하길 버거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의 반복으로 마침내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깊고 어두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은 통제할 수 없지만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할지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고 앞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긍정의 멘트를 남기며 지금껏 의지하던 남편에게 기대며 덜어내는 일에 시작을 알린다.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데비 텅의 남편이다. 매 순간 그녀의 곁에서 지켜보다 포옹하고 격려해 주는 모습을 유지한다. 불안한 스토리 속에서도 안정감이 느껴졌던 건 대사 없이도 그녀를 진심어린 마음으로 걱정하며 바라보는 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의 힘은 시선을 느낄 수 있어 좋다.복잡하게 정리가 안 된 마음으로 인해 부서져 버린 존재가 차근차근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며 비로소 받아들이게 된 우울에 가려진 진짜 모습과 마주한다. 더 이상 엉켜져 숨쉬기 곤란한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단단한 의지가 보이는 것 같다.현재 세상살이가 불안하고 힘들다면 그것을 구성하는 버거운 일들을 하나하나 나열해 보자. 어느 순간 정리가 되고 있다는 지점을 만나게 되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순서에 상관없이 시작이라는 걸 해야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며 우울에서 벗어나는 일은 쉬워진다. 버거운 세상 속에 덩그러니 던져지는 일은 쉽지만 헤쳐 나가는 일은 어렵다. 넝쿨을 싹둑싹둑 가위로 자르듯 빠져나오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 말라버린 넝쿨을 손으로 휘휘 가르며 나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벗어나지 못할 하루는 없다는 사실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생각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