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걸 배드 걸 스토리콜렉터 106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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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want of a toy
A child was lost’

소설의 시작에 앞서 Tom Waits의 <Misery Is the River of the World> 노랫말이 주는 암시는 묘했다. 장난감이 없어서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가사와 함께 책 표지 두 여성의 가린 눈이 앞뒤 페이지를 장식한다.

이비 코맥. 뿌루퉁한 입과 예쁘장한 얼굴. 완전한 여자도, 유년기 끝자락에 선 소녀도 아니다. 산전수전 다 겪고도 용케 살아남은 아이는 나이를 먹지 않는 고정불변의 존재처럼 느껴진다. 마스카라로 떡칠한 속눈썹과 그 안에 갇힌 갈색 눈, 그리고 들쑥날쑥하게 잘라놓은 탈색한 단발머리. 아이의 두 손은 길게 늘어뜨린 스웨터 소매 끝을 쥐고 있다. 헐렁하게 늘어난 목둘레선 안으로 턱선을 따라 나 있는 빨간 얼룩이 보인다. 키스 마크일 수도 있고, 손가락 자국일 수도 있다. 끔찍한 살인 현장에서 발견된 이비는 폭력과 성적 학대 속에서 살아남았으나 이름도, 나이도 모른 채 소년원에서 살게 된다.

이비의 멍한 눈을 살피는 법의학 심리학자 사이러스는 자신과 같은 어두운 과거를 지닌 측은함과 진실 혹은 거짓을 판별하는 진실 마법사라는 특별한 능력 때문에 이비의 보호자를 자처한다. 그리고 그들의 동거는 시작된다.

이비의 머리 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다음에 던져질 뻔한 가장 불쾌한 질문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고 물음을 쏟아낸다. 왜 기회가 있을 때 도망치지 않았는가? 공모자일 수도 있을까? 납치범과의 구속, 동정적인 관계에 깊숙이 빠져들어 지각 상실, 협박, 폭력 그리고 친절이라는 전형적인 방식에 세뇌당했으리라.

그들이 사는 집 주변에서 15세 피겨스케이팅 유망주 조디 시핸의 죽음으로 서스펜스는 열린다. 극심한 트라우마를 가진 이비와 사이러스의 눈을 교차하기 때문에 스릴은 겹겹이 쌓이기 시작한다.

진실을 들려주는 게 현명한 일일까? 이비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손에 박혀버린 가시처럼 거슬리게 만든다. 마음을 사로잡고, 불안하게 만들며, 사이러스가 왜 심리학자가 되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하는데.

“세상을 치유하고 싶어요?”
“어쩌면 나 자신을 구제하고 싶은 건지도 몰라.”
너무나도 깔끔하고 완벽한 답변이다.

살인사건은 뒤로하고 이비와 사이러스의 관계 진전에 초점을 들이대느라 범죄라는 주제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던 소설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생각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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