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기타 - 딩가딩가 기타 치며 인생을 건너는 법 날마다 시리즈
김철연 지음 / 싱긋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간과 돈은 ‘여유’에 어떻게 관여할까. 많으면? 없으면.

글쎄. 일주일에 한 번뿐이었던 휴일에는 새벽부터 일어나 좋아하는 취미생활 하기 바빴고, 20대 초임 월급날 치킨 사서 집으로 가는 길은 참 행복했는데. 꽉 찬 하루와 월급날 치킨이야말로 ‘여유’ 하면 생각난다.

지금은. 주 4일 근무에 삼시 세끼 다양한 배달 음식 먹어도 복잡해 죽겠다. 휴일에 뭘 해야 하나, 오늘은 뭐 먹지? 온통 정해진 것 없이 물음표투성인 하루를 보낸다.


산다라 박 기타 선생님 김철연 저자는 기타 하나로 인생을 건너는 법을 이야기한다. 음악과 기타가 삶에서 항상 먼저였지만 지금은 일과 중 남는 시간에 만난다. 열심히 할수록 가난해지는 하루를 보냈기에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 나날을 이어가며 조금씩 기타를 친다.


향미 식당 제육볶음으로 배를 채우고 홍대 놀이터에 앉아 천 원짜리 달콤한 와플을 먹으면 힘들었던 어제의 피로감이 풀렸던 기억, 차가운 팔각정 바닥에 누워 따뜻한 방보다 여기가 더 좋다고 말하던 시절, 갤럭시안이 들어있던 은갈치 가방.

음악인의 길은 생활고를 겪게 했지만, 열정과 함께 소소하게 빛나던 추억 보따리는 ‘여유’와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짧은 찰나지만 긴 여운이 남는 건 진정한 ‘여유’를 맛본 순간이기 때문이겠지.


더 좋은 레슨을 하고 싶어 유명 기타리스트들에게 레슨을 받기 시작하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손톱을 길러서 기타를 연주할 때의 톤을 좋아하는 저자는 그 음색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손톱 깎는 일에 매번 고민하다 오랜만에 가구 배달 일을 하게 되었는데, 아무 고민 없이 손톱을 바짝 깎는 자신을 보며 놀란다. 그리고 모든 일이 편해졌음을 느낀다.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지만, 기타가 삶에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순간 아니었을까.


조용한 새벽이면 이상하게 기타를 더 치고 싶어 주차장 자동차 안에서라도 기타를 치는 저자이다. 고된 하루의 끝에 차 안 새벽 기타는 얼마나 꿀맛일까. 기타의 울림과 가슴으로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은 여전하겠지? 빡빡한 삶을 사는 저자가 그 속에서 뽑아내는 여유는 얼마나 달콤할까. 날마다 조금씩 기타를 치며 여유를 만들어가는 그가 부럽다.


『 겨울에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다 보면 찬바람에 콧물이 자주 나왔다. 손이 얼고 콧물이 나는데도 연주를 멈추지 않고 노래를 다 부르고 나면 손은 얼어 굳어 있고, 콧물이 입까지 흘러 들어가 있었다. 그래도 얼어버린 손으로 콧물을 짜내고 화단 풀에 손을 닦고는 다시 기타를 쳤다. 콧물을 풀에 닦고 기타 치기를 반복하다 보면 코에서 쇠 냄새랑 풀냄새가 섞인 오묘한 냄새가 났는데 그 냄새가 좋았다. 』

좋다. 열정은 생생한 법이니까. 그리고 행복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김철연 저자에게 ‘딩가딩가’는 놀음이 아니다. 인생 고개를 넘어가는 발자국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