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 - 뜨겁게 사랑하고 단단하게 쓰는 삶 일러스트 레터 3
줄리엣 가드너 지음, 최지원 옮김 / 허밍버드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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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애정하는 소설가의 사생활을 알게 되는 일은 소설의 흔적을 찾는 일과 함께 이루어진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너무나 멋진 일이다. 소풍의 하이라이트 보물찾기의 선물이나 문구점에서 100원짜리 뽑기에서 대왕인형 뽑는 일처럼 열중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허밍버드의 일러스트 레터는 그림도 삽화되어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첫 번째로 찾은 소설의 흔적은 요크셔의 황야이다. 패트릭 브론테의 의뢰를 받아 샬럿의 전기를 쓴 소설가 엘리자베스 개스켈은 이곳의 풍경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파도처럼 구불구불한 언덕들이 지평선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움푹 들어간 곳의 그 너머에는 어김없이 동일한 색채와 형태의 언덕이 솟아 있고, 산마루에는 거칠고 황량한 벌판이 펼쳐져 있다. 이 웅장한 황야들은 고독감과 외로움을 불러일으키고, 관찰자의 마음 상태에 따라서 끝도 없이 늘어선 단조로운 장벽에 갇혀 버린 듯한 답답함을 주기도 한다.’

브론테 자매가 살던 시절에 요크셔 황야는 낭만적인 곳이 아니었으나 <폭풍의 언덕>이 극적인 매력을 더해줬다.

샬럿 브론테의 그림 솜씨는 대단하다. 잔잔한 물결과 산에 걸터앉은 구름, 흔들림 없는 나무까지 고요함이 담긴 제목 없는 수채화가 삽화되어 있다. 그녀는 그림을 업으로 삼을 생각도 했으며, 화가가 되겠다는 의지가 강해서, 천직이 아니라는 설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인 에어>의 삽화를 직접 그려 보지 않겠냐는 출판사의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다.

앤 브론테가 연필로 그린 리틀 오스번 교회는 앤이 로빈슨 가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 이곳에 출석했는데 ‘이 일자리가 싫어서 바꾸고 싶다’고 일기에 기록했지만, 앤은 이 집에서 5년이나 근무했다고 한다.

에밀리 브론테의 장미목 집필 책상 안에서 출판업자로부터 받은 편지 봉투 발견으로 사망할 당시 두 번째 소설을 집필하고 있었다고 짐작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외에도 숨은 그녀들의 이야기가 많다. 짧은 여생을 살다 간 그녀들이기에 책장을 넘기는 일이 무거웠지만, 그들의 작품에 더 가까워지는 데는 성공했다. 어디까지가 어두운 적막일까 궁금했지만, 창작에 대한 꺼지지 않는 열망을 발견하는 순간 그녀들의 삶은 뜨겁고 너무나 단단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생각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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