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당신을 위한 그림책, You
아델 타리엘 지음, 밥티스트 푸오 그림, 이찬혁 옮김 / 요요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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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차가 오고 갔을까. 회색빛 아스팔트는 오랜 세월을 말한다. 텅 빈 도로 주변의 나무들은 잔치를 하는 걸까? 순서 없이 풍성함을 이루면서 하나의 숲으로 완성하기 시작한다. 진정한 그들만의 세상이다.

인간은 침략자일까? 평화로운 세상을 너무 시끄럽게 한다. 이책에서는 아무도 없는 세상이 당연하듯 모든 게 적절한 리듬에 동요되어 자리하고 있다. 학교 나무 아래 잔디꽃도 밟힘 없이 화사하고 미술관 전시품마저 평화로이 깊은 잠에 빠져있다. 인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아주 새하얀 미술관 바닥은 왠지 소름이 끼쳐온다.

여러 색의 사선으로 연결된 풍경은 춤을 추는데 무리 없이 뾰족하다. 바람이 불어 동글동글 뭉치게 되면 지구는 얼마나 예쁠까. 모두가 탐하고픈 세상임이 틀림없다. 딱딱하게 각진 골몰한 도서관도 온기를 색색의 책들에 불어넣어 화사하다.

강물이 졸졸졸, 풍뎅이 찌르르. 삼박자에 맞춰 흐르는 것은 물뿐만이 아니다. 모든 동식물 또한 흐르는 일에 열중하여 번식이 왕성하며 풍요를 이룬다.

’텅 빈 세상에 찾아온 휴식‘

지구는 휴식을 원한다. 어느 별에서 요란하게 살다 왔을지 모를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는 휴식처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게 멈췄다.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자 하는 지구의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침략자가 아닌 공생관계(솔직히 피서객)라는 인식하에 함부로 훼손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조용한 메시지를 이 책 ‘아무도’가 남기고 있다.

빼곡한 건물, 차로 꽉 찬 도로,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 질서 없는 도심의 네온사인.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깜짝 놀랐다. 분명 색의 배분은 앞에서 봐온 그림과 같이 다양한데, 숨 막히는 날카로운 배합에 머리가 어지럽다. 도대체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놓치고 지나쳐버린 아름답고도 평화로운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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