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취향 - 교유서가 소설
김학찬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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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찬 작가의 편지 속 ‘흐드득’이 개구진 자신감으로 다가왔다. 맘에 든다. 혼자 흐드득하기엔 아까운 소설이라는 작가의 말이 매력적이기도 하고.
『사소한 취향』
김학찬 저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감성적인 문장을 내세우는 작가는 아닌가 보다. 소재는 평범하고 글 또한 간결한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요란하게 다가와 실소를 터트리게 한다. 사유 쌓는 여유는 뒤로하고 활자를 읽어나가는데 몰입하게 된다. 단편의 마무리 단계에서 쏟아지는 사유로 혼란스럽지만, 취향을 주워 담는데 소중한 시간이다.


“순 개새끼죠.”

실소는 첫 번째 단편 ‘우리 집 강아지’부터 시작된다. 모든 형들은 ‘개새끼’라는 화자의 으르렁거림의 이유가 위험하게 귀엽다. 형의 생체실험 대상자로 젓가락을 유혹적인 콘센트 구멍에 꽂았다가 감전되어 비둘기처럼 푸드득거리는가 하면, 에프킬라를 입에 살포하여 맵고 쓴맛에 구역질하기도 한다. 형의 글쓰기 대행 회사(F는 어디에도 없다는 ‘에프킬라’)에서 근무하는데, 동료들이 대표인 형에 대한 불만으로 형을 ‘아지’로 부르자 속으로 쾌재를 부르지 않았을까? 이 소설은 화자인 동생의 완벽한 승리다. 소설의 마지막에 반려견 뽀삐를 위해 갈비뼈가 담긴 검은 비닐봉지를 챙긴다. 뼈들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잊고 있었는데 형은 동생을 ‘뽀삐’라고도 불렀다. 단편의 제목이 너무 완벽하다.


“고양이를 키우려면 많은 것을 알아야 합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고양이를 안아 아래로 미끄러지기 시작하여 엉덩이를 받친다. 고양이는 흘러내리는 동물이라는 말과 함께 고양이에 대한 소소한 지식을 불편하게 풀어나가는 단편이다. 추운 날씨에 물부터 끓여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넣고 수건으로 감아서 고양이 곁에 두는 주인공은 감정 없이 써 내려간 이 소설의 주인공이 맞나 싶었다. 딱딱한 그의 말투는 고양이와 거리를 두다가도 처음부터 끝까지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쏟아내는 것 같아 뭉클하다. 고양이의 보은을 받아 살아있는 지네를 얼굴에 떨어뜨려 뿌리치는 찰나에 반토막 난 지네가 사진 촬영이 되어 일은 꼬이고 만다. 애정 표현도 변명도 모든 게 서툰 사람이지만 너무나도 완벽한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고양이 찾’이다. 제목의 머뭇거림이 그저 짠하다.


사회로부터 무시와 배제당한 존재에 관심을 드러낸 ‘화목 야학’은 조금 짜증난다. 술 먹고 수업 듣는 사람을 관심의 대상으로 삼은 부분은 작가의 의도를 해석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김치 만드는 과정과 아들의 성장 과정의 교차로 진행되는 ‘엄마의 아들’은 구성이 신박하다. 그러나 엄마의 버무림으로 완성된 아들의 선택이 현재 청춘들의 삶을 엿볼 수 있어 씁쓸하게 다가왔다.


이미 후하게 점수를 주고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기분 좋게 마무리한 소설집이다. 이 책을 끝까지 붙들게 하는 힘은 작가의 필력이 아니라 취향이다. 평범한 소재로 독특하게 매료시키는 이상하고 찝찝한 기분이 좋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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