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진술서 - 나를 바로 세우는 이별의 기술
김원 지음 / 파람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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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간 사귐은 믿을만한 사람이 소개해 준 사람이라서였다. 첫 만남에 스파크가 일어나거나 미치도록 사랑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베프의 친구라서, 실장님이 소개해 줘서, 형부의 지인이라서, 이유는 이게 전부였다. 누군가 필요해서 외롭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취미생활에 광기를 쏟아붓는 편이고 직장 생활도 집중과 파이팅의 범벅인 덕분이다. 그런데 최근에 변화가 일어났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 즐거운 취미생활에 활기를 띨 줄 알았다. 틈틈이 시간 내서 야금야금 독서하는 맛, 출퇴근 길을 녹이던 음악이 주는 잠시의 행복은 뇌가 간지러워 쪼글 거리면 심장이 환하게 두근거리는 느낌이랄까. ‘짬’이 주는 행복을 무시한 결과는 처절했다. 빡빡한 직무와 연장 근로에 익숙하여 늘어난 여유에 적응을 못해 취미생활에는 소홀해지고 외로움이란 게 덮쳐왔다.

『결혼진술서』
나를 바로 세우는 이별의 기술
김원 저 | 파람북 | 2023년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선택했다. 이해할 수 없는 말들뿐이지만 ‘그럴 줄 알았다.’라는 결론과 마주하게 된다. 결혼진술서를 쓰면서 깨달은 결혼의 속살을 미혼일 때는 정말 몰랐을까?

‘결혼진술서’ 정식 명칭은 ‘결혼생활 진술서’이며 부부가 이혼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출하는 양식으로 결혼생활에 대해 진술한 내용을 문서로 기재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이혼하기까지의 처절한 결혼생활과 이혼하기 위해 작성하는 결혼진술서를 위한 기초 훈련을 다루고 있는데 마치 군대 조교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은 논산 훈련소이며 활자들은 호루라기 소리로 이혼 과정을 통해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일 수도 있으나, 역설적으로 결혼에 관한 좋은 길잡이가 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감사하면서도 단호하게 느껴졌다. 재혼하면 금메달을 목에 걸 것 같고, 이혼에는 세계 신기록을 세울 만큼 책에 진심을 담아냈다. 결혼진술서 글쓰기 팁과 Q&A, 실전과 사용법, 이혼 재판에 대한 오해 등 제대로 쓰고 써먹는 법을 기록해 놓았다.

이혼에 대한 유익(?)한 내용투성이지만 미혼 입장에서 눈에 띄는 내용을 적어본다. 저자가 결혼 진술서를 쓰면서 깨달은 내용 중 연인들은 모를 결혼의 이면 7가지로 짧고 전투적인 문장들이다.

1. 입맛을 길들여라. 입맛부터 바꿔라.
2. 우리가 사랑이라 믿는 것들은 어쩌면 좋을 때만 해당?
3. 헤어진 지 6개월 후에도 그리울지?
4. 둘만 보내는 시간이 재미있고 즐거운가? 섹스 말고도!
5. 문제 발생 시 숨기게 되는가? 털어놓고 상의하는 단짝인가?
6. 본인 취향이 아닌 이성(異性)은 스쳐 가게 두자.
7. 결혼은 최선의 안전 기지여야 한다.

이혼에 있어 문제의 원인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비난을 퍼붓는 데 몰두함으로써 문제로부터 힘껏 도망친다. 이 책은 부딪쳐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알려준다. 헤어질 결심이 섰다면 뒤돌아 가버리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과 독한 말이 아닌 자기 자신을 냉철하게 객관화한 문장이 이별의 수단임을 알게 되었다.

『 탐닉이라 해도 좋을 열정이 차라리 외로움보다 낫다고 여기는 시절이 있다. 마음을 도저히 가누지 못하는 경우라면, 누구라도 만나 체온을 나누려 들지 말고 이 외로움이 진짜 외로움인지 근본 원인부터 헤아려야 한다. 』

그 시절을 보내고 있는건가. 『결혼진술서』는 외로움에 대한 처방전이기도 하다.


이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겁부터 나는 사람, 결혼을 목적으로 연애 중인 사람, 남들은 어떻게 사나 궁금한 사람, 명절 때 유려한 말발로 친척과 맞서고 싶은 비혼주의자, 외로워서 누군가를 만났으면 하는 분께 이별의 기술을 통해 나를 바로 세우는 김 원의 『결혼진술서』를 권한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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