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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잘 쓰는 법 - 짧은 문장으로 익히는 글쓰기의 기본
벌린 클링켄보그 지음, 박민 옮김 / 교유서가 / 2020년 8월
평점 :
단지 짧게 쓰고 싶었을 뿐인데.
『짧게 잘 쓰는 법』
짧은 문장으로 익히는 글쓰기의 기본
벌린 클링켄보그 저 / 박민 역 | 교유서가 | 2020년
자다 일어난 것 같다. 책은 다 읽었는데 꿈을 꾼 건지, 분명 기분은 좋은데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짧게 잘 쓰는 법도 중요하지만, 글을 잘 읽는 법도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말을 잘하려면 경청부터 하라는 맥락과 비슷하다. 긴 글을 좋아하진 않지만, 평소 마침표를 잊은 문장 속에서 사유의 물꼬를 트는 일을 좋아한다. 그래서 짧은 문장으로 줄 바꿈이 엄청난 이 책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차분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뭘까? 독자에게 이런 상태에 놓이게 하는 게 짧게 잘 쓰는 법의 비결일까? 이 책을 잘 소화해낸다면 글을 대하는 방식에 긍정적인 변화는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짧게 쓰다 보면 딱딱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거친 문장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라며 변형과 리듬감이 관건이라고 한다. 두세 문장이 어우러져 생성하는 리듬감, 소리와 울림의 리듬감뿐 아니라 배열에서 나오는 리듬감, 문장과 단어의 배치를 통해 의미를 강화하고 억양을 형성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는데, 줄 바꿈으로 리듬을 타는 건지 책을 가만 보고 있자니 파도 같아 보인다.
문장의 변형과 리듬감이라는 답은 얻었다. 이상하게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반복한다는 느낌이 들어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뒤끝은 깔끔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단문으로 이루어진 책이라 오히려 사유할 틈이 없게 느껴진다. 여백은 엄청난데 말이지. 문장을 그때그때 소화해버리니 머리가 맑아져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는 건가. 함축 속에서도 사유가 진한 시와는 전혀 다른 결이다.
『여러분이 말하고자 하는 바나 말하고 있다고 믿는 내용에 집중하기는 쉽습니다. 반면에 여러분이 택한 단어들이 실제로 말하는 내용에 집중하기란 어렵습니다』
『여러분은 다시 긴 문장을 쓰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것의 본질은 짧은 문장입니다. 주변의 침묵에 귀 기울이는 문장, 자신의 맥박에 귀 기울이는 문장 말이지요』
글 쓰는데 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려본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는 수밖에. 그 길에 『짧게 잘 쓰는 법』은 참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