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스 페이지터너스
그레이엄 그린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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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정치적 요소가 전반적으로 흐르고 사랑과 스릴러, 곳곳에 엉뚱함이 어우러져 묘하게 철학적 사유로 이어지는 심오함까지 갖춘 소설이다.


『코미디언스』
그레이엄 그린 저 / 이영아 역 | 빛소굴 | 2022년


주인공 브라운이 전 재산인 호텔을 매각하는 데 실패하고 아이티로 돌아가는 길에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함께 동승한 캐릭터들의 특징이 강해 그들의 코미디에 구경꾼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재미있는 묘사와 상황이 독재자의 강압적 통치와 폭력 사이의 묘한 균형덕에 브라운의 시선은 밀리지 않아, 코미디는 시대의 권력자들을 조롱했다는 사실을 은근슬쩍 느끼게 해준다.



어둠이 깔린 밤, 호텔로 돌아온 브라운은 싸늘한 분위기와 함께 수영장 한구석에서 시체를 발견한다. 그리고 뒤이어 들리는 인기척에 당황한다.


“브라운 씨, 수영장에서 누가 자고 있소.”
브라운은 대답한다. “아마 거지일 겁니다.”


주변 현실을 거부하고 그들 자신의 세계에서 삶을 표류하기 시작한다.


소설의 캐릭터가 내세우는 이상주의나 무모한 모험주의로 코미디언을 자처하고, 브라운은 불륜에 집중하며 최후에는 질투로 이어지는 위기 촉발의 삶을 선택한다. 캐릭터들의 아픔보다 결함에 집중하며 비극을 희극으로 승화시키는 일에 집중하는 스토리의 전개가 나쁜 인간이 아니라 형편없는 코미디언들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무래도 난 아버지를 닮았나 봅니다.”
“어떤 분이셨는데요?”
“나도 몰라요. 내가 태어난 나라처럼, 아버지 역시 얼굴이 없죠.”
빗줄기가 약해졌다. 이제 나무들, 덤불들, 수영장의 딱딱한 시멘트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따로따로 들렸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얼굴 없는 아버지를 닮았다고 하는 그의 말에 오류를 인정하듯 약해진 빗줄기의 신호에 따라 따로따로 장단을 맞췄나 보다. 문장이 아이티의 아픔을 대변하기도 해서 담고 싶었다.


『내가 말했다. “나는 닥치는 상황에 맞추어 살아갈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지 않습니까? 어쨌든 살아야 하니까요.”
“당신이 인생에서 바라는 건 뭡니까, 브라운? 당신 어머니가 했을 법한 답은 알고 있습니다만.”
“그게 뭐죠?”
“그분은 답을 모르는 나를 비웃으셨을 겁니다. 그 답은 바로 ‘재미’랍니다. 하지만 그분에게는 거의 모든 것이 ‘재미’ 있었죠. 심지어 죽음까지.” 』


과연 진정한 코미디언들은 누구일까?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일까, 아니면 원치 않는 삶을 사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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