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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팔로우 리벤지 ㅣ 스토리콜렉터 105
엘러리 로이드 지음, 송은혜 옮김 / 북로드 / 2023년 1월
평점 :
아이에게 그릇에 시리얼만 부어줘도, 욕조 안에서 익사시키지만 않아도, 조용히 시킬 수만 있다면 온종일 유기농 감자칩을 먹여도 좋은 엄마다. 염탐자의 해석은 오직 스틸컷에 보기 좋게 장식된 엄기꾼(엄마사기꾼)인 에미를 비아냥거리듯 늘어놓는다. 그리고 필터링된 완벽한 허구의 세계라고 깎아내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라이크 팔로우 리벤지
엘러리 로이드 저 / 송은혜 역 | 북로드 | 2023
“진솔함이 저의 브랜드랍니다. 저는 항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니까요.”
‘저건 완전 개소리’
『미국의 철학자 해리 프랭크퍼트는 거짓말과 개소리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거짓말은 속이려는 의도를 가진 말이지만, 개소리는 진실이나 거짓 자체에 관심이 없는 말이다』
그녀의 남편 댄은 생략과 날조, 그리고 반쪽 진실이 난무하는 에미의 강연을 하도 많이 들어 이제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거짓인지 헷갈릴 정도다. 왜곡 또는 완전한 날조를 가늠해 보려고 애쓰는 현실이 작가인 댄에게 심적으로 불편함을 주지만, 엄청난 수입과 사랑하는 딸이 있는 한 에미의 세상에 협조적일 수밖에 없고, 끊임없는 타협점을 찾기 바빴다.
‘처음에는 한참 모성 호르몬이 충만해진 아기 엄마들이 새벽 4시에 수유하며 보낸 몽글몽글한 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메시지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더니 즉각적인 답장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 어느샌가 나에 대한 가십 사이트가 생겨났고, 타블로이드지에는 우리가 진짜 연예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우리의 싸움이나 실수에 대한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에미가 인스타그램을 시작할 때는 마치 자기를 편집하는 일처럼 여겼다. 매번 포스팅을 할 때마다 새로운 잡지 페이지를 꾸민다고 생각했으며, 예쁜 사진과 웃는 얼굴만 주고받는 친근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변화는 너무 천천히 일어나서 처음에는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긍정적인 응원 메시지로만 도배되던 댓글에 언제부터인가 부정적인 내용도 섞여 들어오기 시작한다.
‘r의 윗부분, d의 끝부분, 한 칸 뛰고 대문자 N의 윗부분. 포즈를 취한 가족의 머리 뒤에 걸린 크고 낡은 거울 옆에는 창문이 있었고, 창문에 걸린 블라인드 너머로 거울에 반사된 글자가 보였다. 그건 그들이 사는 집 맞은편에 있는 펍의 이름이었다. ___rd N______.’
예리한 염탐자의 시선은 사소한 것까지 놓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집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기에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 기사를 보기 전까지는. <선데이 타임스>를 집어 들고 에미의 인터뷰 사진 속 펍과 스크린에 나타난 펍의 외관을 비교한다. 똑같다. 마우스를 움직여 펍의 맞은편에 있는 집의 모습을 살펴본다. 새 커튼을 단 창문, 어두운 회색으로 페인트칠한 깨끗한 현관문, 블라인드. 그리고 소름 돋는 인사를 한다.
‘안녕, 에미.’
인플루언서가 나르시시스트이거나 소시오패스인지 미리 알아보려는 성격 테스트를 하는 이유가 평범한 사람과는 계약하고 싶지 않은 일종의 광끼를 요구하는 세상이라 소름이 돋았다. 돈벌이 수단을 위해 평소와는 다른 페르소나를 입어야 한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SNS나 인플루언서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을 가져야 하는데 그 이면에 열광이 있다는 게 조금은 무섭다. 사람들이 너무 순진한 방식으로 냉소적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새벽이다.
‘거짓말로 호감을 사는 게 진실을 말하고 미움받는 것보다 낫다.’
에미 아버지의 철학이 그녀에게도 닿은 걸까? 어느 쪽이 더 나은 삶일까? 아니 어느 쪽이 더 불행한 삶일까? 이 소설의 끝을 잡고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