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컨슈머 -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
J. B. 매키넌 지음, 김하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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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주 4.5일 근무를 하고 있다. 근무 시간을 더 줄이고 취미생활에 집중하고 싶지만 망설여진다. 소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와 지출의 상한선을 정하는 일의 고민 때문이다. 저축보다 소비를 우선순위에 둔 이유는 현재를 중시하는 긍정적인 마인드 덕분이라고나 할까. 이런 생각에 잠긴 나날 속에서 마주한 디컨슈머는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예고장 같았다.


예고는 예상을 뛰어넘어 방대했다. 한 개인의 사소한 결단과는 사이즈가 다른, 지구를 숨 쉬게 하는 일에 디컨슈머의 영향력을 펼쳐놓았다. 소비의 딜레마를 지구에서 인류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보고 있는 와중에 소심하기 그지없는 취미를 위한 고민은 조용히 묻어뒀다.



『우리가 그동안 이 모든 것에 대처해온 방식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녹색화’하는 것이었다. 전 세계 휘발유를 태우는 자동차를 전기차로 대체하고 석탄이 아닌 바람과 태양에서 얻은 에너지로 핸드폰을 충전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 그러나 소비문화를 녹색화함으로써 물질 소비가 극적으로 줄어든 지역은 전 세계에 단 한곳도 없다』


이러한 녹색화의 노력은 전 세계 소비 증가량으로 남김없이 상쇄되어 이산화탄소량을 줄이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디컨슈머의 필요성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우리가 과시적 소비를 하는 본질적 이유는 탐욕스럽고 샘이 많고 경쟁적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존중이라 부르는 만족스러운 상태를 추구하기 때문이라는데, 생존을 위한 소비가 아닌 ‘과시적’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입하고 들고 다니지 않는 백, 사놓고 읽지 않는 책을 보니 자기만족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우선 ‘과시적‘이라는 표현에서 벗어나는 일부터 해야겠다.



1991년 소련이 무너졌다. 거의 10년간 옛 공산주의 왕국은 탈근대화를 거쳤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분의 1이 줄었다. 이는 팬데믹 동안 가장 단속이 엄격했던 4주간 중국에서 감소한 25퍼센트보다 더 큰 감소량이라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은 질병의 문제를 떠나 다양한 각도로 연결 짓는 과정이나 결과에 봉착하게 한다. 마치 의도적인 실험대 속에 디컨슈머 실천을 강요한다는 어이없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하니. 소련의 붕괴로 인한 탈근대화와 팬데믹으로 인한 소비 감축은 디컨슈머를 가리키고 있긴 하다.



이 책은 기후변화와 삼림 파괴,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 등 지구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드는 여타의 많은 생태 위기를 소비의 영향에서 착안하여 디컨슈머를 통해 해결 방안을 찾아 나간다. ‘첫 번째 희생자는 아마존이 될 것이다.’는 조짐을 시작으로 경제의 종말에 이르기까지의 균열과 ‘더 이상 소비자가 아니라면 우리는 누구일까.’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등 굵직한 물음 속에서 사지 않을 자유 혹은 권리에 대한 적응을 제시하고 있다. 이어서 소비주의가 살아남을 마지막 기회인 소비의 변화로 마무리한다.


소비문화를 디지털 영역에 보존하는 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한다. 그에 걸맞게 가상 세계라는 완벽한 풍요의 세계에 다가가고 있다. 이 지점에서 무서워진다.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 우리를 잃어가는 건 아닌지.




*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생각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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