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삶
마리 루티 지음, 이현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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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사랑한다고! 사랑을 위해서라면 난 변할 수 있어!’

홧김에 하는 말이거나, 진정한 사랑 타령이라 해도 이 말 뒤에 숨은 기질의 철학적 영향력을 알고 나면, 가치 있는 삶과의 연관성 때문에 절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가」

위 물음에 철학자들의 난해한 표현에 분노를 느낀 저자는 비교적 쉬운 말과 수사적 표현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저자인 마리 루티는 문학, 철학, 심리학, 사회학 등을 모두 섭렵하고, 정신분석 이론, 후기 구조주의, 젠더 및 섹슈얼리티 연구 등 다양한 학제를 아우르는 전방위 지식인이라는 말에 학문계 폴리매스라는 생각을 했다. 막힘없이 거칠게 써 내려간 문장들이 여러 방면으로 설득력이 있는 이유가 있었다. 루티는 2022년 현재 토론토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우리 각자를 고유하고 독특하게 만드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의 원동력 즉, 『가치있는 삶』에서 말하는 ‘기질’이다.

「기질은 여러모로 사회성이 제한하는 한계에 저항하는 것으로, 인간이 지닌 가장 별난 주파수를 표현한다」

저자는 위와 같이 ‘기질’을 개념화하면서 총 3부로 나눠,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주는 철학자들 특히 라캉의 사상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1부에서는 진정한 나로 사는 삶에 기질을 반영한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이 나와 있다. 2부는 기질에 대한 책임을 동반한 자아 경험으로 나를 책임진다는 것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사건을 통한 기질의 부름에 새로운 나를 흡수함과 동시에 나를 잃어버릴 용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좋은 삶을 고통 없는 삶으로 정의하지 않고,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고통을 풍부한 자원으로 바꿔 인식하게 해 고통의 의미를 새로이 정의하고자 했다」

인간 존재의 가치를 논하는 건 시간 낭비라는 생각에, 우리 문화 속에 깃든 공리주의적 정신을 내세워 사색적이기보다는 생산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존재의 가치는 우리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경향이 있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몰라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하지만, 우리 사회 또한 제대로 된 지침을 알려주지 않는다. 여기서 저자가 개념화한 ‘기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가」

모호한 질문은 삶에 대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질문에 의존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삶의 핵심이 되는 질문의 답을 찾아야 한다. 답이 우리 마음속의 독특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삶을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느낄 것이고, ‘기질’은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의 기질에 접근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우리 자신을 무질서한 상태에 빠지게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일관되었던 정체성의 작동을 멈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랑에 빠지는 무질서한 상태가 되면 안정적인 열정의 방향을 전환하여 갑작스러운 열정이 급증하면서 일관되었던 정체성의 작동을 멈추게 한다는 뜻이다. 이로써 나를 잃어버리는 용기에 다가간 것이다.

‘기질’을 발휘하는 이들을 부러워하거나 동경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치있는 삶』을 통해 정말 두렵기도 하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그들이 얼마나 용감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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