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의 인연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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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살인 공소시효를 소재로 한 작품은, 소재가 워낙 좋아서인지 꽤 많이 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 유성의 인연이란 작품도 그 소재를 사용한 작품들처럼 어느 정도 천편일률적인 구성에서 벗어나지 못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건 내 오산이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마지막에 우리들을 깜짝 놀라게 할 반전을 준비해두고 있다. 이 작품은 뭐랄까- 진지와 코믹 사이- 랄까. 진지한 부분도 있고, 웃긴 부분도 있다. 심각한 소재를 심각하지 않게 그려 내는 연출 기법은, 작가의 중요한 소양 가운데 하나인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 소양을 확실하게 갖추고 있다. 물론 진지할 때는 진지하지만. 이 작품은 무엇보다 케릭터성이 돋보인다. 부모가 살해당한 세 남매가 고군분투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내용은 정말 재미있다. 무엇보다 그들이 힘을 합쳐 ‘사기팀’이 되고 ‘사기꾼 팀웍’을 전개해 나가는 건 정말 우스꽝스럽다. 속는 사람도, 속이는 사람도 재미있다(물론 추리 작가다보니, 사기 수법이 어설픈 건 아니지만). 하지만 그들 남매에게는 죄책감이 있고, 그 죄책감 때문에 사기를 그만두거나 감옥에 스스로 잡혀 가기도 한다. 이런 재미가 이 작품을 드라마로 만들게 해주지 않았나 싶다. (리뷰는 ‘살인 공소시효의 딜레마 - 유성의 인연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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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 만찬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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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 여사에게는 뭔가가 있다. 추리 작가로서 중요한 무언가가 끼어(?) 있는 것 같다(모르겠다, 마가 낀 것일까? 그럴 만도 하다). 이 소설 또한 과연, 역시, 크리스티다 싶을 만큼 재미있다. 크리스티의 알려진 작품들만 굉장한 게 아니라, 이런 작품들도 재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추리 소설의 꽃이 트릭이라면, 꼭 필요한 조미료가 반전이라 할 수 없다. 반전이 없다면 추리 소설은, 식상해진다. 마치 잉꼬 없는 붕어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추리 소설은 꽃도 있고, 꼭 필요한 조미료도 들어가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켰다(님도 보고, 뽕도 따고 랄까?). 이 소설은 여러 가지로 크리스티의 처녀작인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과 비슷하다. 우선 범인인 것 같았다가 범인이 아닐 것 같았던 인물이 범인이라는 구성이 그렇고, 포와로가 탐정으로 등장한다는 점 등이 그렇다. 유명한 여배우 제인 윌킨슨은 마치 요즘 시절의 된장녀(···)를 보는 것 같다. 크리스티에게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 그렇다기 보다는 사람은 어느 시절이든 어느 정도 비슷한가 보다는 게 나은 결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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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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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생각나는 제목이긴 한데, 내용적 상관은 전혀 없다. 이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라는 책은 정말 명작이다. 총 세 편의 중편이 나오는 소설인데, 여기에선 제목으로도 사용된 첫 번째 중편인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에 대해서만 다루겠다. 주인공은 명탐정의 조수이다. 어느 날 명탐정이 사건이 휘말려 죽게 된다. 주인공은 열심히 머리를 쓰고, 결국 사건을 해결해 ‘명탐정’이 된다. 그리고 일어나는 반전. 사건의 이면에는, 우리가 상상도 못한 반전이 숨어 있었다······! 주인공이 조수를 맡은, 죽었던 명탐정은 사실 죽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됐을까? 사실, 그는 죽었다. 무슨 말이냐고? 그 뜻은 책을 보게 되면 알게 될 것이다. 이 중편은 다른 두 중편이 무거운 분위기인 데에 비해(특히 두 번째 중편인 ‘생존자, 1명’은 끔찍할 정도로 진지하고 또한 잔인하기도 하다. 난 그게 재미있지만!), 굉장히 유머러스한 분위기다. 물론 사건 내용, 전개까지 유머러스하진 않지만. 작가라면 모름지기 이런 ‘병맛’도 쓸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작가로서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면 암울한 일이겠지만(이 우타노 쇼고라는 작가는, 다른 중편들을 볼 때 그 이외의 것들도 잘 써내는 것 같다). 주인공은 과연 정말 명탐정이 됐을까? 앞으로 잘 해나갈 수 있을까? 그런 의문들을 남기게 하는 중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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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의 고뇌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5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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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과 성녀의 구제에서는 장편이었다가, 이 다섯 번째인 갈릴레오의 고뇌에 와서 다시 단편 소설들의 모음으로 돌아왔다. 장편도 재미있지만, 단편도 역시 재미있다. 총 다섯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 모음집은 대부분이 한 권당 단편이 다섯 개다. 왜 그런진 잘 모르겠다), 하나하나가 다 귀중한 단편들이다. 내용으로 봤을 땐 홍보 문구에도 나왔던 ‘악마의 손’이 나오는 다섯 번째 단편인 ‘교란하다’가 제일 재미있지만(단편들 제목 하나하나가 다 재미있다. ‘떨어지다’, ‘조준하다’, ‘잠그다’, ‘가리키다‘, ’교란하다‘라니······. 센스 있는 것 같다. 오직 하나 ’잠그다‘만 세 글자라 전부 다 네 글자로 맞추지 못했는데, 원판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번역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됐나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시리즈 첫 권인 탐정 갈릴레오도 비슷했는데··· 여러모로 이 책은 처음으로 돌아온 것 같다), 내 눈에는 네 번째 단편인 ’가리키다‘가 유독 눈에 띈다. 이 ‘가리키다’에서는 다우징이 나온다. 다우저도 나온다. 다우저는 자신이 다우징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 게다가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고, 주변 사람들도 다우저가 다우징 실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이 ‘교란하다’의 결말은 어떻게 나올까? 주인공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는, 과학을 대변해서 자신의 심정을 잘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다. 다우징은 사기꾼들이 이용해서 나라를 속여 먹은 적도 있다. 이라크와 태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로, 나라에서 다우징 기계들을 대량으로 비싸게 사들인 적도 있다. 물론 천만다행으로 그게 사기라는 것이 밝혀지긴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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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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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런 소설도 쓸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만큼 이 책에서는 곳곳에 작가의 개그 센스가 난무한다. 탐정 소설에 자주 나오는 여러 부분들을 공식화하고 그것을 이용해 블랙 유머화시킨 이 작품은, 인기를 끌어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히가시노 게이고, 또냐?). 개그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머러스한 느낌이 넘치는 소설이 바로 이 ‘명탐정의 규칙’이지만, 한편으로 이 책은 뛰어난 트릭들을 담고 있기도 하다. 블랙 유머와 트릭이 절묘하게 배합되어 있어, 독자로 하여금 폭소를 터뜨리게 하고 또한 궁금했던 점들이 속시원히 풀릴 땐 ‘아하, 그렇구나’ 생각하게도 만드는 것이다. 마치 마법과도 같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실력이 이러한 현상을 이끌어낸 것이다. 내 말이 과찬이라고 생각된다면, 작가의 다른 작품을 봐보라. 결코 과찬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많은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는 이 책은(그만큼 ‘탐정의 규칙’들이 많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알짜배기다. 어떤 의미론 추리 작가의 자백 같기도 하다. 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책도 좋지 않겠느냐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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