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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화양연화 - 책, 영화, 음악, 그림 속 그녀들의 메신저
송정림 지음, 권아라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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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 또는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때

 

이 책은 나이 마흔이라는 인생의 하프타임에 선 여자들에게 전하는 송정림 작가의 다정한 메시지이다. 아직 20대 초반인 나에게는 아직 시기상조일지 모르겠으나, 앞으로의 20대, 30대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그리고 후에 다가올 40대를 어떻게 맞아야 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읽을 수 있는, 좋은 메시지를 담은 좋은 책이다.

 

인생에 있어 무엇이 중요한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솔직히 많지 않을 것이다. 알지만 다짐이 흐려질 때, 마음이 약해질 때, 잊고있던 삶의 가치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따끔하지만 따뜻한 책, <내 인생의 화양연화>라는 책이 가지는 가장 큰 의미인 것 같다.

 

작가는 여러 책, 영화, 음악, 그림, 풍경 등에서 얻은 삶의 지혜를 전하고 있는데, 여러 이야기는 대부분 궁극적으로 하나로 모아진다. 바로 "사랑"이다. 모두 그러겠지만 여자는 나이듦에 약하다. 어찌어찌 살다보니 어느새 마흔줄에 접어들어 아름다움을 상실하고 내가 인생의 퇴물이라고 여겨질 때, 여자는 무지막지하게 흔들린다. 그럴 때 여자를 잡아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랑"뿐 아니겠는가. 심지어 송정림 작가는 "더 이룰 것이 무엇인가요. 사랑이 있다면 다 이룬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다. 작가는 나이에 치여 주저앉아 있다면 이것을 기억하라고 한다. 이 순간이 내 인생의 꽃봉오리, 가장 아름다운 시간, 화양연화라는 사실을.

 

 

진정한 성취란 얻는 게 아닙니다. 기꺼이 잃는것입니다. 높아지는 게 아닙니다. 기쁘게 낮아지는 것입니다. 채워 가는 것이 아닙니다. 웃으면서 비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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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지음 / 네오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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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책을 받아들고는 <하품은 맛있다>라는 달콤한 제목에 무슨 내용일까 무척 궁금했는데, 달콤한 제목과는 다르게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음과 모음 공식리뷰단으로 활동하면서 네이버에서 웹소설로 연재되어 발간된 책을 몇 권 접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그 특성상 독자들의 흥미를 끌어야하고 또한 실시간으로 그들의 반응을 알 수 있어 그런지 대부분 흥미롭고 자극적인 소재들을 다룬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주인공인 이경의 인생은 우울 그 자체다. 얼굴도 못생겼고, 그저그런 대학에 다니면서 가난에 허덕여야 한다.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해계시고 어머니는 그 옆에서 간호를 하시는데 이경은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살해 현장을 청소하는 특수청소 아르바이트를 한다. 페이가 두둑한데다 못생긴 얼굴 탓에 편한 아르바이트를 하려해도 면접에서 낙방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어느날부터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 자신과 전혀 반대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러니까 얼굴도 예쁘고 학벌도 좋고 집안도 부유한, 단아름다운이 되는 꿈 말이다. 이경은 다운의 과거를 꿈꾸고, 다운은 이경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를 둘러싼 위험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운처럼 겉으로는 화려해보여도 속내는 알 수 없는 삶도 있고, 이경처럼 불우해보여도 사실은 남들과 비교해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 삶도 있다. 이경은 다운이 부러웠다. 예쁜 얼굴에 화려한 삶을 사는, 자신과는 다른 다운이. 하지만 이야기 막바지에 이경은 말한다.

 

보잘것없는 지난 생이 머릿속을 빠르게 내달렸다. (중략) 다시 그 삶을 살아야 한다면, 그땐 절대 되는대로 살지 않을 테다, 남들처럼 수능시험 끝나면 쌍커풀 수술하고, 죽기 살기로 살을 뺀 뒤 바보 소리 듣도록 헤벌쭉 웃고 다닐 테다, 허망한 다짐을 해봤다. (p.259)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결국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이경은 너무 늦게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었기에 새로 출발하는 그녀의 삶이 기대된다. " 뺨이 젖어들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아직은 몰랐지만 어디든 갈 수 있어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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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 - 위기의 순간을 사는 철학자들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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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왼쪽)과 이택광 교수(왼쪽)

 

 

  이 책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할지는 모르겠으나 사회 전반적인 것에, 특히 미학에 세심한 통찰이 필요한 나에게 충분히 흥미로운 책이다.

 

 경희대 교수인 저자 이택광은 얼마 전 ‘에미넌트 스칼러’(ES)로 경희대에 임용된 슬라보예 지젝을 필두로, 이미 한국에서 유명한 철학자들, 그리고 조금은 생소한 철학자들을 소개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출간했다. 동시대를 관통하는 질문을 통해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해결책을 묻고 있었다. 나는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을 이미 조금 알고 있거나 이름은 들어봤던 사람들이라서 흥미로웠지만, 혹시라도 이 책을 인문 교양서적 정도로 읽으려고 한다면 조금 어려울 듯하다. (이 책을 읽으려면 적어도 마르크스부터 사르트르, 라캉, 푸코, 알튀세르 등의 사전지식이 있으면 훨씬 좋을 듯하다.) 특히 2차 세계대전 후나, 후기구조주의 이후에 전개되는 전 세계적인 문화, 정치, 사회, 경제, 예술의 전반적인 통찰이 없을 경우는 거의 절망적이다.

 

  저자는 여덟 명의 철학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후기구조주의 이후에 나타난 현상과 영국,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그리고 아시아 등 각 나라별로 다른 상황들이 나타난 것을 주시하며 “철학자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약도”를 제시하고 있다. 나는 후기구조주의를 포스트모더니즘과 연관 지어 미학적 관점에서 공부한 사람으로서, 이택광의 정치, 사회, 경제 부분에서 보는 관점은 나의 지적인 사고를 넓혀주었고 전반적으로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미학적 관점에서 서술하는 방식은 이 책보다 더 어려운 내용을 제공한다...) 특히 아시아 부분에서 일본의 가라타니 고진과 중국의 왕후이를 서구의 것과 나란히 서술한 것이 흥미로웠고, “상대적으로 침묵에 빠진 한국의 지식계”를 더욱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인의 특수한 윤리의식을 칸트로의 회기로 제시한 가라타니 고진이라던가, 중국의 막대한 부에 불구하고 자본주의적 근대를 달성하지 못한 원인을 탐구하는 왕후이는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이었고, 지금 한국이라는 나라의 지식계에 커다란 반성을 안겨주는 씁쓸한 것 이었다. 얼마 전 읽었던 ‘사사키 아타루’를 떠올리며 이 책의 인터뷰로 넘어가는 장은 아쉬움과 함께였다고 말하겠다. (현재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은 미학, 철학, 사회학 등등을 연구하는 대학에서 강력하게 추천되고 있는 책 중에 하나이다.)

 

  나는 여기서 인터뷰의 세세한 내용을 적지는 않겠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티격태격하면서도 모아지는 관점을 여기서 얘기하고 싶다. 일단 저자는 현재 지식계에 유행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파국, 종언, 위기에 대한 의견을 각 철학자들에게 묻고 있는데 이 생각은 일맥상통한 대답으로 모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지젝은 자신의 책 <멈춰라, 생각하라>를 말하며 파국을 얘기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이며 파국을 점치기에 앞서 ‘멈춰서 생각하고, 행동할 것(움직여야 한다는)’을 강조한다. 지그문트 바우만도 파국을 외치는 사람들의 ‘진위 여부에 대해 의심’하면서 ‘파산의 기회를 대체하는 새로운 시작을” 말하고 있었다. 나는 2년 전 자음과 모음에서 출판된 문강형준의 <파국의 지형학>이라는 책을 보며 지금 이 자본주의의 시대는 파국에 도래했다는 말에 강하게 동감하고 했던 차라, 이 직접적인 인터뷰가(그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로) 나를 파국에서 구해줬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나는 이 자본주의의 모순의 홍수 속에서(문강형준이 이 사회에서 읽는 파국의 지형학이) ‘지금 현재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 가’에 대한 실천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않아서 두려웠었다. 특히 지젝의 현재를 대하는 방법이 나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의 길을 터 준 것 같았다.

 

  그리고 저자가 공통적으로 질문했던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와 ‘영국 폭동’, 아랍 혁명, ‘촛불 시위’ 등의 일련의 사건들을 어떻게 봐야하는지에 대해서 물었던 답변들도 각기 달랐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지젝이 사이먼 크리츨리의 <무한하게 요구하기>를 “자유주의적인 아나키즘”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크리츨리의 답변이 그러했는데, 크리츨리는 이러한 시위를 아나키스트적인 것으로 판단하며 훨씬 복잡하고 민주적인 운동이었다고 지젝을 되려 비판했다. (이 부분에서 크리츨리의 <무한하게 요구하기>에 흥미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꼭 읽어봐야겠다!)

 

  또 다른 저자의 공통된 질문은 SNS에 대한 생각이었는데 이 부분에서는 거의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것 같았다. 바우만의 아직 알 수 없다는 생각과, 랑시에르의 SNS를 도구로 보는 관점, 지젝의 SNS의 양가적인 속성을 강조하는 것, 가야트리 스피박의 ‘누가 그걸 이용하는 가가 관건’이라는 생각은 SNS 자체가 현재 어떤 현상을 말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고, 그것을 사용하고 이용하는 사례자체가 더욱 중요한 듯이 보였다. 새로운 기술은 그 시대를 통째로 뒤흔들어 놓을 만큼 강력한 것이어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아직 시기상조라는 일맥상통한 의견이었다. 이보다 훨씬 앞선 발터 벤야민의 기계, 기술이 이 세상에 얼만큼 변혁을 줄 것인지에 대한 통찰력은 가히 놀라울 만큼 우리 현실에 적용되고 있는데, 나는 이 SNS를 기계만큼이나 우리 세상을 다시 한 번 전환점의 계기로 이끌 것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물론 그게 어떤 현상을 초래할지는 아직 모르지만(이런 점에서 시기상조라는 말은 딱 들어맞는 것 같다.) 그게 파국이든,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위한 도구이든, 무척 궁금한 것은 사실이다.

 

  이 책에는 이 질문 말고도 다시 한 번 이 시대에서 새롭게 해석되는 ‘알튀세르’의 효과라든지, 푸코의 권력 이론에 반하는 입장이라든지 여러 흥미로운 지점이 교차하면서 후기구조주의에 머물러 있었던 나의 뇌를 더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야말로 생동이 넘치는 인터뷰는 나에게 ‘라이브’ 그 자체로 다가왔다.

 

  피터 싱어 이후로부터 인터뷰한(사이먼 크리츨리, 그렉 렘버트, 알베르토 토스카노, 제이슨 바커) 철학자, 문화비평가들은 나에게 좀 생소했지만(그리고 저 위의 질문보다는 현재 자신의 철학 이념을 소개하는 질문과 답변으로 마무리 지어졌지만) 이 철학자들이 5년 후(너무 시기를 늦게 잡은 것인가란 생각도 해본다...2년? 1년?..아님 몇 개월?)엔 또다시 나에게 지젝과 랑시에르 책처럼 다시 한 번 나의 손에 쥐어져 읽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의 순간을 사는 우리들에게 이 책의 제목 ‘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는 사실 망설여지는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그런 말이다. 오늘날의 ‘실패’라는 단어는 우리 모두 다 두려워하는, 마치 세상이 끝난 것처럼 다시 회복되지 않을 깊은 상처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다시 더 낫게’라는 점이다. 철학에서 실패는 철학이 있는 이유와도 같은 것이다. 말하자면 “철학은 실패에 대한 사유”인 것이다. 지금 우리가 대학 강단에서, 책에서 배우는 철학은 실패를 거듭한 후 얻은 결과물이다. “철학은 또다시 실패할지언정 다시 시도하기를 요청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다시 더 낫게 실패’해도 괜찮다.

 

  마지막으로 저자에게 바라는 것은 몇 년 후에 다시 한 번 이 철학자들과의 인터뷰를 속편처럼 출판해 주길 바라는 것과, 알랭 바디우와 더불어 가라타니 고진이나, 왕후이, 사사키 아타루 등 (우리나라의 지식계에서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시아의 철학자의 인터뷰도 성사시켜 출판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이런 철학자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듣기란 사실 어려운 일이므로(책에서 접하지 않는 이상, 한국에 오는 강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지 않은가..) 저자의 통찰력 있는 질문을 통해 현 시대의 실천적인 방안이 가득담긴 또 다른 책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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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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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두순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나도 많이 어렸을때라, 뉴스에서건 인터넷에서건 그 사건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기억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모두에게서 그의 이름이 잊혀져가고 있을 즈음, TV에서 한 영화 예고편을 보게 되었다. 조두순 사건을 다룬 영화 <소원>이었다. 그리고는 때마침 받아본 그의 원작소설인 <소원>. 인터넷 여기저기를 뒤져 알아본 사건의 진상은 처참했다. 어찌 한 인간으로서 그런 잔악무도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신이 나오고 악마가 나오는 모든 기록에 겁탈을 했던 죄인들의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아이를 겁탈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왜일까? 악마조차 거부하는 행동이기에 그렇다. 악마조차도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천국의 문은 당연하고, 지옥의 문조차 너에게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악마조차도 용서하지 않을 그를, 대한민국의 법은 12년 형이라는 가벼운 형벌을 내리고 용서해버렸다. 그들에게 그럴 권리를 그 누가 주었단 말인가? 우리 국민들이다. 하지만 그것은 국민들의 감정에 반하는 처사가 아닌가.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서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건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입니다. 가해자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면 정신적인 고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어요." 라고 이명숙 변호사가 말했다. 나영이가 아빠에게 물었다고 한다. "아빠, 나쁜 아저씨 징역 얼마나 받았어?" 이제 10년 후면 나쁜 아저씨가 다시 사회에 나온다는 것이 나영이에게는 정말 끔찍한 일이리라. 또한 우리 모두에게도 그럴 것이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소원>은 다시는 나영이와 같은 아이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쓰여진 소설이다. 서두에서 나영이의 아빠가 말했듯 우리가 잊지 않고 관심을 가진다면 많은 일이 변화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장애아동성폭행 이야기를 다룬 <도가니>와 함께 이야기했다. <도가니>가 쓰여지고 영화화 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니 변화가 일어났다. 2012년 해당 학교가 폐교가 된 것이었다. 이처럼 개인의 관심이 모여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계속 인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 속 지윤이는 사건 후 성인남성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되고 심지어 아빠까지도 거부하게 된다. 그로 인해 지윤이아빠는 운영하는 펜시점 옆 작은 원룸에서 따로 살아야했다. 그놈에 대한 분노, 자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등으로 그는 하루하루를 술로 버틴다. 한편, 지윤이의 엄마는 지윤이와 함께하며 지윤이의 마음 속에 생긴 상처를 치유하고자 노력한다. 그녀 또한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옆에서 지윤이를 지켜보며 마음 아파하는 힘든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사건으로 인한 죄책감, 슬픔, 분노 여러가지 감정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로를 향해버렸다. 그야말로 평범하고 행복했던 가정이 깨어진 것이다. 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많이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말하고 싶다. 지윤이의 사건을 접하고 많은 사람들이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더러는 지윤이 액세서리가 도착하기도 했고 도라에몽의 새로운 가면을 선물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윤이가 학교를 다니고자 했을 때, 여러 학교들은 지윤이를 거부했다. 어렵사리 전학한 학교에서 지윤이와 가족들은 다른 학부모들의 날카로운 시선과 모진 말을 받아내야만 했다.

 

 이하는 이금형 광주경찰청장의 말이다.

"2000년 초부터 아동 성폭력이 사회문제로 대두됐어요. 아동 성폭력을 저지르는 파렴치한 어른들도 문제지만 초등학교 5학년 아동이 윤간을 당해서 하혈을 하는데 진료를 거부하는 종합병원들도 문제입니다. 13세 미만 소녀에게 남성의 성기가 들어가면 장기가 파열됩니다. 아이가 죽을 뻔했어요. 단지 병원에서는 사건에 연루되는 것을 기피하는 거죠."

 

 여기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들을 위로하는 것은 우리지만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 또한 우리라는 사실이다. 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그들을 동정하고, 또한 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상처줄 수 있다. 이 때가 바로 이러한 사건들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마지막까지 글을 읽어가며, 그들 주위 사람들의 이중적 태도를 보며 눈살을 찌푸림과 동시에 '나는 과연..?'이라는 성찰을 하게 되었다.

 

 나는 영화 <도가니>도 보지 않았고, <소원>도 보지 않을 생각이었다. 가슴 먹먹함, 슬픔, 분노 등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감정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스러우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보지 않으면 그 감정들이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망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고 노력한 결과 지윤이의 가족이 다시금 행복을 찾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도망가지 않고 제대로 맞서고자 한다. 무엇보다 '관심'이 중요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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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 - 몽골에서 보낸 어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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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는 언니와 해외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언니가 해외 다른 곳은 가본 적이 없고 홍콩에만 4번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한 번 갔던 홍콩의 기억이 좋아 다음에도 가게 되었고, 자주 가게되니 그곳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좋아 계속 찾게 되었다고 했다. 작가에게는 몽골이 바로 그런 곳이었을까? 작가는 10년 동안 몽골을 11번 방문했다고 한다.

 

 그 중 칭기스칸의 삶을 그린 <조드>를 집필하기 위해 울란바토르 대학의 답사팀과 함께 몽골을 찾은 것이 가장 비중있게 쓰여졌다. 칭기스칸에 대한 제반적인 지식이 부족하고 더욱이 <조드>를 읽지 않은 나로서는 종종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 <조드>를 쓰기까지의 창작노트와 <조드>가 남긴 것에 대한 좌담 등은 아무래도 심도깊은 이해가 힘들었다. 하지만 몽골에서의 이야기, 작가의 생각은 무척이나 흥미로웠고 즐거웠다.

 

 그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몽골의 초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몰라 무척이나 반가워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이렇게 넓은 대지에서 유목민에게 예고 없이 찾아오는 나그네들이란 적 아니면 도움을 주는 동지일 수밖에 없는 반가움과 공포의 양면성을 지닌 존재라는 것이었다. 반가움에 대접하기도 하지만 또한 접대하지 않으면 약탈당할 수 있다는 위험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공감되었다.

 

 책의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몽골의 사진들이 정말 좋았다. 파란 하늘, 그 위에 드러워진 아름다운 무지개, 넓게 펼쳐진 대지들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인간은 원초적으로 초원에서 뛰어다니던 기억이 계속 남아있어 초록색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들었다. 그래서 산에 가면 마음이 편안하고 녹음을 보면 기분이 상쾌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비단 초록색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한 자연 속에 사는 유목민들이 어느정도는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시간을 알 수 없고,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몽골에서의 여정. 작가는 그 미지의 장소에서 대지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책을 통해 몽골, 유목민들에 대한 작가의 깊은 이해를 엿볼 수 있었다. 그를 바탕으로 한 <조드>라는 작품이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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