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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조두순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나도 많이 어렸을때라, 뉴스에서건 인터넷에서건 그 사건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기억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모두에게서 그의 이름이 잊혀져가고 있을 즈음, TV에서 한 영화 예고편을 보게 되었다. 조두순 사건을 다룬 영화 <소원>이었다. 그리고는 때마침 받아본 그의 원작소설인 <소원>. 인터넷 여기저기를 뒤져 알아본 사건의 진상은 처참했다. 어찌 한 인간으로서 그런 잔악무도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신이 나오고 악마가 나오는 모든 기록에 겁탈을 했던 죄인들의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아이를 겁탈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왜일까? 악마조차 거부하는 행동이기에 그렇다. 악마조차도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천국의 문은 당연하고, 지옥의 문조차 너에게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악마조차도 용서하지 않을 그를, 대한민국의 법은 12년 형이라는 가벼운 형벌을 내리고 용서해버렸다. 그들에게 그럴 권리를 그 누가 주었단 말인가? 우리 국민들이다. 하지만 그것은 국민들의 감정에 반하는 처사가 아닌가.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서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건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입니다. 가해자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면 정신적인 고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어요." 라고 이명숙 변호사가 말했다. 나영이가 아빠에게 물었다고 한다. "아빠, 나쁜 아저씨 징역 얼마나 받았어?" 이제 10년 후면 나쁜 아저씨가 다시 사회에 나온다는 것이 나영이에게는 정말 끔찍한 일이리라. 또한 우리 모두에게도 그럴 것이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소원>은 다시는 나영이와 같은 아이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쓰여진 소설이다. 서두에서 나영이의 아빠가 말했듯 우리가 잊지 않고 관심을 가진다면 많은 일이 변화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장애아동성폭행 이야기를 다룬 <도가니>와 함께 이야기했다. <도가니>가 쓰여지고 영화화 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니 변화가 일어났다. 2012년 해당 학교가 폐교가 된 것이었다. 이처럼 개인의 관심이 모여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계속 인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 속 지윤이는 사건 후 성인남성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되고 심지어 아빠까지도 거부하게 된다. 그로 인해 지윤이아빠는 운영하는 펜시점 옆 작은 원룸에서 따로 살아야했다. 그놈에 대한 분노, 자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등으로 그는 하루하루를 술로 버틴다. 한편, 지윤이의 엄마는 지윤이와 함께하며 지윤이의 마음 속에 생긴 상처를 치유하고자 노력한다. 그녀 또한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옆에서 지윤이를 지켜보며 마음 아파하는 힘든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사건으로 인한 죄책감, 슬픔, 분노 여러가지 감정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로를 향해버렸다. 그야말로 평범하고 행복했던 가정이 깨어진 것이다. 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많이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말하고 싶다. 지윤이의 사건을 접하고 많은 사람들이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더러는 지윤이 액세서리가 도착하기도 했고 도라에몽의 새로운 가면을 선물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윤이가 학교를 다니고자 했을 때, 여러 학교들은 지윤이를 거부했다. 어렵사리 전학한 학교에서 지윤이와 가족들은 다른 학부모들의 날카로운 시선과 모진 말을 받아내야만 했다.
이하는 이금형 광주경찰청장의 말이다.
"2000년 초부터 아동 성폭력이 사회문제로 대두됐어요. 아동 성폭력을 저지르는 파렴치한 어른들도 문제지만 초등학교 5학년 아동이 윤간을 당해서 하혈을 하는데 진료를 거부하는 종합병원들도 문제입니다. 13세 미만 소녀에게 남성의 성기가 들어가면 장기가 파열됩니다. 아이가 죽을 뻔했어요. 단지 병원에서는 사건에 연루되는 것을 기피하는 거죠."
여기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들을 위로하는 것은 우리지만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 또한 우리라는 사실이다. 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그들을 동정하고, 또한 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상처줄 수 있다. 이 때가 바로 이러한 사건들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마지막까지 글을 읽어가며, 그들 주위 사람들의 이중적 태도를 보며 눈살을 찌푸림과 동시에 '나는 과연..?'이라는 성찰을 하게 되었다.
나는 영화 <도가니>도 보지 않았고, <소원>도 보지 않을 생각이었다. 가슴 먹먹함, 슬픔, 분노 등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감정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스러우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보지 않으면 그 감정들이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망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고 노력한 결과 지윤이의 가족이 다시금 행복을 찾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도망가지 않고 제대로 맞서고자 한다. 무엇보다 '관심'이 중요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