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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별나게 유별난 누니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22
리사 레일스백 지음, 강수정 옮김, 사라조 프리덴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누니의 명작'이라는 원래의 제목대로 이 책 속엔 유별나게 유별난 누니 노튼의 이야기가 누니의 작품들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누니는 자칭 천재화가이다. 그래서 다른 천재화가들 처럼 입은 옷 그대로 잠을 자기도 하고, 유명한 화가들 처럼 수학을 싫어하기도 한다. 물론 교장실에도 자주 불려간다. 항상 <우리 시대의 걸작> 속에 등장하는 프리다 칼로, 반 고흐, 뭉크 등의 화가들의 이야기를 하며 자기 역시 고흐처럼 남들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화가라고 생각한다. 누니는 왜 이렇게 독특한 그림을 그리는 걸까?
누니의 아빠는 고고학자다. 유물을 발굴하러 다니는 아빠는 누니의 옆에 있어주지 않는다. 누니의 엄마는 누니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 누니는 이모의 가족과 함께 살게 된다. 천재 화가 누니는 자신을 온통 어두운 파란색으로 표현했다. 얼굴도, 몸도, 머리카락도 칙칙한 파란색이며, 파란 입에서 파란 거품을 부글거리는 자화상을 그렸다. 누니가 이렇게 자신을 또래의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그리지 않으면 보고싶고 또 보고싶은 아빠가 놀래서 허겁지겁 돌아온다. 누니는 아빠가 보고 싶으면 점점 더 독특한 자신의 모습들을 아빠에게 보내게 된다. 멀리 떠나 있는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난 것이다.
다행히 누니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는 건 돌아가신 엄마이다. 돌아가신 엄마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화가이다. 비록 유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누니에게는 누니의 유별나게 유별난 그림을 완전히 이해해 주는 단 한명의 사람이다.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유별난 누니의 그림을 엄마는 분명히 알아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누니는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엄마가 보라색 그림을 그렸다면 유니는 더이상 어두운 청색을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보라색 그림만을 그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칭 천재 화가인 누니를 이해해 주며, 누니의 그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가 있다. 그는 바로 누니의 눈에 완벽하게 완벽한 미술 선생님이다. 수학선생님, 교장선생님과는 사이가 안 좋아도 미술 선생님 수업은 항상 기다리고 기다리는 누니. 그런 누니에게 학교에서 하는 그림 그리기 대회는 너무나 기쁜 소식이었다. 아빠를 돌아오게 할 절호의 찬스이니까. 하지만 하필이면 주제가 '가족'이었다. 누니의 가족이라.. 힘겨운 슬럼프를 이겨낸 누니는 이모, 이모부, 사촌동생을 추상화로 그려 가족을 표현한다. 환호와 갈채를 기대하지만 그림 속 가족들은 뭉크의 절규처럼 입을 떡 벌린채 앉아 있는다. 가족조차 누니의 추상화를 알아보지 못하고 비웃자 누니는 자신의 그림을 잘게잘게 찢어버리고 만다. 절망에 빠진 누니를 위해 단짝 느로는 찢어진 그림을 테이프로 붙여주고, 누니는 테이프로 붙인 자신의 그림을 대회에 제출한다.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 이해할 수 없는 누니의 그림은 당연히 대회에서 떨어지고 만다. 그렇지만 누니는 슬퍼하지 않는다. 천재의 그림은 사람들이 알아보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창적인 누니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모의 집 거실에서 작품전시회도 연다. 누니의 작품을 보기위해 아빠도 돌아오고 있다. 누니는 어두운 파란색에서 보라색 시대로 지나 보다 새롭고 뛰어날 물방울 시대로 발전해 가며 이야기는 마친다.
아이들의 그림을 보면 아이들의 심리가 나타난다고 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누니의 그림을 통해 아빠를 그리워하는 누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엄마의 그림을 아빠가 하나씩 보낼 때 마다 보라색 시대, 물방울 시대로 변해나는 누니를 보면서 엄마를 너무나 보고싶어하는 누니가 느껴진다. 누니의 친구 수 앤의 그림속에는 행복하지 않는 수앤의 가족사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혼한 엄마, 아빠 사이의 수 앤을 나타내지만 교장선생님은 외로워하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기 보다 행복한 가족으로 보이는 그림을 찾아 상을 준다. 이 세상에 행복한 가족만 있는건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누니에겐 릴리 미술선생님이 있다. 누니를 이해해주고, 누니의 작품을 사랑해주는 릴리 선생님을 통해 누니는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보라색보다 더 나은 누니가 되기 위한 또 하나의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이 책속엔 알록달록한 색깔과 누니의 독특한 그림들을 삽화로 볼 수 있어 좋다. 처음엔 '무슨 그림이 이렇게 요상할까' 싶다가도 유별나게 유별난 누니를 알게되면 그림이 친근해지면 누니의 추상화가 이해가 된다. 누니의 그림이 천재화가의 그림만큼 멋있게 느껴지면 당신은 누니에게 푹 빠진것이다. 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