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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고아 ㅣ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13
모리 에토 지음, 고향옥 옮김 / 생각과느낌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몇년 전 책 좀 읽는다 하는 6학년 여자아이들이 서로 재미있다며 꼭 읽어 보라는 얘기를 옆에서 엿듣고는 읽어보았던 책이다. 그리고는 깜빡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들었던 연수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을 듣고는 다시 읽게 되었다. 두번째 읽는 책이지만 처음 읽는것 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첫장의 첫문장을 읽는 순간부터 작가의 표현이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 가끔, 내 안으로 천 명의 소인들이 일제히 발을 들여놓는다. 그 발소리가 심장에 울려 퍼지면 온몸의 피가 보글보글 거품을 내뿜듯, 뜨거운 것이 북받쳐 올라와 억누를 수가 없다. 그때마다 나는 몸서리치곤 한다.'
무언가 가슴설레며 두근거리를 일을 할 때를 천명의 소인들이 내 안으로 일제히 발을 들여놓는 것 같다는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더 멋진 글귀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책에는 네명의 우주의 고아들이 등장한다. 특별한 이유없이 등교 거부를 2주 하고, 화장실에 친구와 손잡고 가는게 싫어서 어느 친구 그룹에도 들어가지 않는 무소속의 요코와 사람들 사이에서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누구와 적도 되지 않으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동생 린. 그리고 요코와 같은 반이기는 하지만 한번도 얘기를 나누어 보지 못한 친구 아야코는 우아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항상 교실 창가에 뭉쳐있는 작은아씨들 그룹의 소속이었지만 언젠가부터인지 그룹으로부터 따돌림을 받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홀쭉하고 큰 키에 영양실조에 걸린 올챙이 같은 나약한 눈으로 불량한 남학생들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고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는 키오스크가 있다.
성격이 전혀 다른 네명의 아이들을 연결시켜 주는 건 바로 지붕위에 올라가는 행동이다. 바쁜 맞벌이 부모 밑에서 태어난 요코와 린은 어릴 때 부터 심심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재미있는 놀이를 생각해냈다. 그들은 '남의 집 연못에서 멋대로 낚시질을 하거나 눈초리가 수상쩍은 떠돌이개 미행하기, 화장실이 급하다며 남의 집 화장실에 들어가 어느 집에 제일 깨끗한지 알아보는 내기를 하는 두 남매의 놀이는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두 남매의 몸에 천 명의 소인들이 가장 많이 발을 들여놓을 때는 바로 지붕을 오를 때다. 지붕을 오를떄는 아무 지붕이나 올라서는 안된다. 우선 밤 늦게까지 기다렸다 오르기 쉽고, 인적이 조용한 장소에, 마당에 개를 키우지 않으며, 쉽게 도망칠 길까지 나 있으면 그곳은 선택받은 지붕이 된다.
요코와 린 둘만 오랐는데 어쩌다 보니 이번엔 아야코와 함께 셋이 지붕에 오르게 된 날이었다. 옆집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키오스크 였다. 세명의 아이들은 키오스크에게 지붕에 올라가는 놀이에 대해 해명을 하였지만 키오스크는 어둡고 위험한 밤에 지붕에 올라가는 것을 놀이라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키오스크에게 지붕에 올라가자고 제안하는 린. 그날 이후 키오스크는 밤 8시만 되면 지붕에 올라가는 게 자신없다던 그는 마지막에 지붕에 올라가고 싶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키오스크는 막상 지붕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그런 키오스크에게 요코는 노골적인 동정심을 드러내며 그가 도망가도록 유도하였다. 그 이후 키오스크는 자살에 실패했다는 소문이 돌며 한달 동안 학교에 오지 않았다. 그리고 린은 자신 없이는 육상부에서 혼자 뛰지 않는 아야코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그 일로 인해 요코와 린 아야코의 사이도 서먹해 진다.
순수하게 친구 문제로 고민을 하게 된 요코와 린 아야코와 키오스크.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가장 힘들 때는 자기 힘으로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하며, 누구도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된 네 명의 우주의 고아들은 가끔은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친구가 되어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헤쳐나가려 노력한다. 자신의 힘으로 반짝빤짝 빛나도록 노력해서 우주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