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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내일 - 1차세계대전에서 이라크 전쟁까지 아이들의 전쟁 일기
즐라타 필리포빅 지음, 멜라니 첼린저 엮음, 정미영 옮김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어렸을 적 많이 꾼 꿈 중 하나가 '전쟁이 나서 피난가는 꿈' 이었다. 남북 분단의 상황을 어렸을 때부터 인식했던 것 때문인지 난 전쟁꿈을 참 많이 꾸었다. 엄마를 잃어버리고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도 있었고, 전쟁이 나 집안에 문을 꼭 잠그고 숨어있는 꿈도 꾸었다. 가끔 전쟁이 나면 어디로 피난가면 안전할까 뭐 그런 생각도 해 봤다. 참 많이 불안했었나 보다. 그 불안이 아직까지 남아있지만 이제는 더이상 전쟁이 나도 피난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전쟁이 안 나기만을 빌고있는 실정이다.
언젠가 독서수업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이야기를 짓고 그림을 그려보라 그랬더니 아이들이 너무나 폭력적인 내용에다 붉은 색을 많이 사용하여 그림을 그렸다. 남자아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이 현상은 아마도 게임과 관련된 것인것 같았다. 아이들은 자신이 지은 내용 속에서 사람을 죽이고, 칼을 사용하고, 다른 사람을 헤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나타내었다. 이 아이들이 이런 폭력성을 커서까지 가져가면 어떻하나 덜컥 겁이 났다.
이런 아이들의 폭력성을 잠재우기 위해, 폭력의 두려움을 알려주기 위해 '최고의 폭력'이라 할 수 있는 '전쟁'과 관련된 책을 소개해 주기 시작했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들에게는 <새똥과 전쟁><여섯 사람><전쟁><어머니의 감자밭>등을 읽어주었고, 중학년 정도 이상 되는 아이들에게는 <난 평화를 꿈꿔요><안네의 일기><피난열차><내 이름이 교쿄였을 때><전쟁은 왜 일어날까?> 등을 권해 주었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의 글에서 전쟁을 겪은 두려움을 읽게 되어서 전쟁의 두려움을 전달하는 데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전쟁과 관련된 일기책을 찾아 봤으나, 전쟁 일기 형식의 책은 <안네의 일기> 뿐이었다. 그러런 중에 반가운 책 한권을 만났다.
여기 아이들이 쓴 전쟁 일기 책 한권을 더 소개하려 한다. 1차 세계대전에서 이라크 전쟁까지, 아이들의 전쟁 일기를 다룬 이 책은 한겨레 출판사에서 나온 <빼앗긴 내일>이다.
<빼앗긴 내일>은 1.2차 세계대전, 유태인 대학살, 베트남 전쟁, 보스니아 전쟁,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 이라크 전쟁까지 8명의 아이들이 직접 격은 전쟁의 아픔과 두려움 그리고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난 책이다.
이 책의 형식은 '일기를 읽기 전에', '일기','뒷 이야기' 이렇게 세가지 형식으로 나타내고 있다.
'일기를 읽기 전에'에는 그 전쟁이 일어난 국제사회나 그 나라의 배경에 대해 알려주고 있어 세계에서 발생한 전쟁에 대한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었다.
그 뒤 전쟁을 직접 겪은 아이가 직접 쓴 '일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뒷 이야기'는 그 일기를 쓴 아이가 전쟁이 끝난 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나이가 든 지금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관심읽게 읽은 부분이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전쟁이다. 현재에도 계속 되고 있기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것 같다.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전쟁 부분에서는 각각의 나라에서 겪은 두편의 전쟁 일기를 다루고 있다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된 이 두편의 일기를 같이 읽음으로써 전쟁에 있어서 누가 먼저 시작했든 관계없이 전쟁이 발생한 모든 지역의 사람들은 아픔과 공포를 느끼며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나라를 미워하고 있지만 두 나라 사람 모두가 두려움을 느끼고 주변의 사람들이 죽어가고 건물이 파손되는 것을 매일 보게 되는 것이다
또, 우려스러운 현상도 발견하게 되었다.
전쟁은 누가 먼저 시작하든,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전쟁이 발생한 지역의 모든 사람들은 죽음과 아픔의 현실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걱정스러운 것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전쟁에서 일명 '적'이라고 일컫는 이들에 대해서 자라서 보복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이 우려는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지역과 관련된 두 편의 전쟁 일기에서 비롯되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각각 쓴 글에 보면 서로 상대편의 나라에 대한 증오와 미움이 나타난다. 주변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는데 이런 증오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만 이런 증오와 미움이 이 책을 읽는 우리 독자에게는 우려스럽다. 미래 이 아이들의 아이가 태어났을 때 조차 전쟁이 계속 될까 두려운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난 이 우려를 이 책을 읽는 독자들과 서로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과 전쟁이야기를 통해 거창한 해결방법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도움이 될 만한 일은 없을까 함께 고민해 보고 싶다.
이 책은 나에게 많은 걱정거리를 남겨주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릿 속으로 생각한
'전쟁은 왜 일어날까''
'누가 전쟁을 원하는 걸까?'
'왜 사람들은 전쟁으로 인해 싸우고 상처를 입혀야 할까'
'왜 전쟁으로 인하여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전쟁을 멈추지 않는 걸까'
'전쟁이 일어난 경우 국제기구의 중재는 과연 가능할까' 이런 아주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그 답이 쉽게 얻어지지 않는 이런 고민들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