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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끈 - 성장 그림책
이브 번팅 글, 테드 랜드 그림, 신혜은 옮김 / 사계절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이혼이 많이 늘어나는 것 만큼 재혼 역시 증가하고 있다.
'새엄마, 새아빠'가 많이 늘어나는 것이다.
예전 콩쥐팥쥐나, 백설공주, 신데렐라를 보면 아주 사납고 못된 악녀로 '새엄마'가 등장한다.
내가 이 책을 읽었을 적엔 모든 새엄마는 다 나쁜 사람인줄만 알고 자랐다.
성인이 되어서야 모든 새엄마가 다 나쁜건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오래동안 사랑받는 이런 고전 동화에서 나쁘게 비춰지는 '새엄마'의 모습이 요즘 재혼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별로 유쾌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동화를 내 아이에게 읽어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새로이 나오는 동화 가운데 이혼과 재혼에 대해, 그리고 새엄마 새아빠에 대해 다루는 관점은 고전 동화와는 다르다. 대표적인 예로 '밤티마을 영미네집', '따로따로 행복하게' 를 들 수 있겠다. 특히 밤티마을 시리즈는 새엄마라는 사람이 정말 이렇게 좋은 사람일 수도 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책이다.
여기 재혼가정, 새엄마가 등장하는 새로운 책 '기억의 끈'을 소개하려 한다.
새엄마와 함께 사는 로라는 엄마에게 물려받은 마흔 세개의 단추로 이어진 '기억의 끈'을 아주 소중히 여긴다. 할머니의 단추에서부터 엄마의 단추까지. 엄마의 결혼, 로라의 세례식, 삼년 전 엄마가 돌아가실 때 입었던 잠옷 등 소중한 기억을 잊지 않도록 그날 입었던 옷의 단추를 끈으로 엮어 놓았다.
로라는 새엄마가 싫지는 않았지만 아빠와 행복한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파온다.
'기억의 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과거만 회상하고 있는 로라는 새엄마 제인 앞에서 여러 번 '기억의 끈'을 꺼내보이고, 이런 로라의 모습에 제인은 어깨가 굳어진다.
그런 로라의 '기억의 끈'을 고양이 위스커스가 끊어버린다.
아빠와 제인, 로라는 열심히 기억의 끈을 찾았지만 엄마가 제일 좋아했던 아빠 군복에 달린 단추 하나를 찾지 못했다. 밤이 되어 잠이 들지 못한 로라는 아빠와 새엄마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다락방에 있는 오래된 군복의 단추를 떼어서 잔디밭에 가져다 놓자는 아빠의 말에 새엄마는 "그건 마치 엄마처럼 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거예요"라고 말하며 로라의 진실한 순간들을 속일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둘은 손전등을 이용해 다시 단추를 찾아보기로 한다. 마침내 제인에게 발견된 로라의 잃어버린 단추. 직접 건내 주라는 아빠의 말에 새엄마 제인은 그러면 로라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며 베란다에 두자고 이야기 한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본 로라는 다음날 제인에게 단추끼우는 것을 도와달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로라의 시선엔 제인의 초록색 셔츠 단추가 눈에 들어온다.


재혼가정의 로라. 그리고 새엄마 제인.
엄마의 기억이 새엄마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건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아이에게 무조건 엄마와의 추억을 잊으라고 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고 또한 옳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 새엄마 제인은 로라의 생각의 변화를 기다려 줄 수 있는 이였다.
엄마와의 추억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제인의 말처럼
로라가 엄마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면서 새엄마와 한발짝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첫 페이지의 로라의 표정은 뭔가 불만이 있거나 불안정한 모습이었는데 반해, 마지막 페이지의 로라의 표정은 행복함이 묻어나서 참 마음이 놓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