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역하는 말들 - 황석희 에세이
황석희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읽고 쓴 글입니다.

몇 년 전인데, 해리슨 포드가 미국 시상식에 시상자로 나오면서
아주 예에에에엣날에 출연했던 인디아나존스 브금이 깔리는 것을 보고
“이놈의 음악은 계속 날 따라다닌다. (어떤..?) 수술을 할 때도 음악을 깔아주더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던 것이 생각났다.
데드풀은 10여년 전에 번역한 것인데도 여전히 ’데드풀 번역가‘로 불리는 것이 가끔 당황스럽다는 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앞으로 황석희 번역가를 더 유명하게 만들고, 더 찰떡같은 번역으로 유명세를 끌게 될 영화가 나오겠지만
그래도 데드풀 번역가라는 호칭은 계속 붙지 않을까. 그렇다면 즐기는 것도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이미 인스타 팔로우를 해놓고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것에 대해 여러 번 글을 읽고 봐왔던터라
이 글 거기서 읽은거다! 싶은 내용도 가끔 등장해서 더 재밌게 읽은 책이다.
실은 번역가가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이고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도 황석희 번역가 때문이었다.
왜 유명한 사건으로 어떤 번역가가 번역한 대사 한 줄에 영화를 보고 온 관람객들이 모두 한 목소리를 냈던 사건이 있지 않은가. 닉 퓨리의 효자설.
단순히 오역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게 번역가인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그의 글을 그동안 봐오면서
문화를 100% 이해할 수 없겠지만 비슷한 맥락 안에서 한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꼭 알맞는 말과 단어를 찾고 찾고 또 찾아서 문장 하나 하나를 완성해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주 인상적이었던 챕터
엄마의 학부모가 된 그가 공부하는 엄마를 얼마나 자랑스러워하고, 감사해하는지 이미 인스타의 여러 글들을 보고 알고 있었지만
이 챕터의 제목만 보고도 뭔가 내적친밀감으로 인한 흥분이 쑥 올라왔다.

계속 인스타 생각을 하게 되는데, 가끔 황석희번역가는 아이의 뒷모습 사진을 찍어 올리며 아이와 무엇을 했고, 아이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종종 공유했었다.
인상적인건 ‘아이가 이랬어요. 우리 아이 예쁘죠.’가 물씬 풍기는 글이 아니라
아이가 그 말을 하고, 그 생각을 하는 순간을 담고 싶어하는 아버지라고 느꼈는데
그런 번역가 황석희도 책 안에 담겨있다.
언젠가부터 우리 아빠가 ‘난 너희 어릴 때 사느라 바빠서 그 때가 기억이 잘 안난다’라고 하셨는데
처음엔 서운하기만 하다가, 요즘은 서운해했던 내가 죄송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글로 담아놓고 마음에 담아놓진 못했지만, 지금의 아빠는 아쉬움을 가지고 하신 말일테니까
’오역하는 말들‘을 읽으면서
내적친밀감과 이런 이야기를 짧은 글로 인스타에서 봤는데! 하는 아는 척도 드문드문 떠오르고
아주 재밌게 읽었다.
번역가의 삶이 어떤지 궁금한 사람이 읽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메타인지가 발달하고, 직업에 애정을 갖고 탐구해가는 한 글쟁이에 대해 알고싶은 사람이 읽어도 좋고
그가 번역한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해석한게 너무 재밌다'라고 느낀 사람이 봐도 좋겠다.
여기에 그의 영화와 인터뷰 기사라든가 인스타로 종종 소통을 해온 사람이라면
나처럼 친밀감 가득한 마음으로 챕터 하나하나 넘길 때마다 신나서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