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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의 생각 없는 생각 - 양장
료 지음 / 열림원 / 2025년 6월
평점 :
품절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나로 태어나 내가 되는 일이 지금처럼 어렵지 않기를.'
이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유독 그 어떤 책보다도 책 냄새가 진하게 오래 나서
방 안에 있는 동안에도 서점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오랫동안 향을 맡게 했다.
런던에 간 것부터 시작하는데 글 한 장, 그림 한 장 이런 구성들이
일기장 또는 블로그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누가 알려준 공식도 아닌데,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로컬 시장을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해야 짧은 기간의 여행을 다른 사람보다 더 깊게 살펴보고 온 것 같다고 자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야 할까.
런던의 어느 마켓에 가서 먹은 음식, 식당, 상점에서 본 것들을 이야기하는 료는
지금껏 내 자만 아닌 자만이 겉핥기였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음식을 하나하나 먹으면서 단순히 '여기 맛있네. 이거 맛있네.'만 생각하던 내가 아니라
내가 왜 이 식당을 좋아할까, 이게 이래서 좋았다 라고 풀어가는 료의 글을 보면서
여행을 가서 그 곳을 알아보려고만 하는게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간 나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과 일상생활을 분리하지 못하는 사람 바로 여기 있는데,
심지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분리하지 못한다고 하는 료도 묘기와 기술력 연마에 총력을 기울인다는데
나는 내 일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자부심은 있으나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마저 내 진심인가 하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료의 글과 사진을 보면서 '인플루언서의 삶이 이렇군!' 하며 잡지 넘기듯 볼 나를 상상했었는데
되려 나에 대한 질문이 계속 생기는 것이 신기한 책
차분하게 다시 한 번 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딱 얼마 전에 생각했던, 그 후로 짐처럼 마음에 남아있는 생각과 같았다.
인생에 지름길 같은 것은 원래부터 없다는걸 미리 아는 사람들이 실은 미리 노력하고 있어서 그 결과로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지름길만 좇던 사람이 뒤늦게야 지름길이 없다는걸 깨닫고 나면
이미 뒤쳐져있는데도 그 뒤쳐짐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려 더 늦는 것은 아닐까 했는데
역시 정답은 다른 사람이랑 비교하지말고
나만의 길과 속도를 소신껏 쭉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군 ~ 하게 됐다.
묘하게 대화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이 책 너무 좋다.
모두가 런던베이글뮤지엄 대표로서, 창업자로서, 디렉터로서 알고 있던 료에 대해서
그녀의 생각과 감각을 책으로나마 공유할 수 있던 것 같아 좋았다.
무엇보다도, 책장 덮을 때까지 나는 책 냄새가 더 편안하게 만든 것 같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