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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시게루의 게임론 - 오늘의 닌텐도를 만든 전설적인 게임 디자이너
제니퍼 드윈터 지음, 이석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7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한 리뷰입니다.
이 책이 놓인 자리
닌텐도의 상징 같은 존재, 미야모토 시게루를 다룬 책은 이전에도 여럿 있었다. 그러나 이번 책은 결이 다르다. 저자 제니퍼 드윈터는 게임 연구 분야에서 일본 문화와 게임 산업을 오랫동안 파고들어온 학자로, 이 책은 지난해 호평받았던 『코지마 히데오론』에 이어 나온 블룸즈버리 아카데믹의 '게임 스터디' 시리즈 두 번째 권이다. 즉 이 책은 팬덤을 위한 헌사나 성공 신화 정리가 아니라, 한 명의 크리에이터를 산업사·디자인론의 틀 안에서 분석하려는 학술적 시도에 가깝다. 그 지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차별점이자, 동시에 독자층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 같다.
무엇을 다루는가
책은 〈슈퍼마리오〉〈동키 콩〉〈젤다의 전설〉 등 미야모토가 관여한 대표작들을 씨줄 삼아, 그가 완구 회사였던 닌텐도를 오늘날의 '혁신의 아이콘'으로 바꿔놓기까지의 궤적을 되짚는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그를 단순히 '천재 게임 기획자'로 신화화하지 않고, 산업 디자이너로서의 훈련과 배경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점이다. 미야모토는 애초에 공업디자인을 전공했고, 이 이력이 그의 게임 철학 —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기능에 집중하는 태도 — 을 형성한 토대라는 것이다. 여기서 나아가 책은 '공간적 서사(spatial narrative)'라는, 게임이라는 매체만이 가질 수 있는 창작 문법을 미야모토가 어떻게 발명하고 다듬어왔는지를 추적한다. 플레이어가 화면 속 공간을 몸으로 탐색하며 이야기를 구성해가는 방식 — 〈젤다의 전설〉의 지형이 곧 서사가 되는 방식 — 은 문학이나 영화의 서사 이론만으로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데, 저자는 이를 게임 고유의 미학으로 정립하려 한다.
무엇이 좋았나
이 책의 미덕은 '왜 미야모토가 대단한가'를 감탄으로 채우는 대신, '어떻게 그런 결과물이 가능했는가'를 구조적으로 뜯어본다는 데 있다. 예컨대 소니·마이크로소프트가 콘솔 시장에 진입하며 닌텐도가 벼랑 끝에 몰렸던 시기, 미야모토(와 닌텐도)가 사양 경쟁이 아니라 '누가 즐기는가'라는 질문으로 방향을 튼 것 — 닌텐도 DS, 닌텐도 Wii, 그리고 가족이 함께 즐기는 〈동물의 숲〉이나 〈닌텐독스〉 같은 기획 — 을 산업사적 맥락 속에 배치하는 서술은 단순한 성공담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읽힌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즐겁지 않으면 그 게임을 즐거워할 사람도 없다"는 그의 태도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제품 철학으로 어떻게 구현됐는지를 짚어내는 부분이 이 책의 핵심 성취처럼 보인다.
아쉬운 점 혹은 주의할 점
다만 이 책은 가벼운 위인전이나 팬북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학술서 특유의 개념어와 분석적 서술이 전면에 나서기 때문에, '미야모토의 일화 모음'을 기대했다면 톤의 낙차를 느낄 수 있다. 또한 게임 연구라는 렌즈 자체가 다소 서구 학계의 프레임(디자인 연구, 미디어 서사론)에 기대고 있어서, 일본 게임 산업의 내부자적 맥락(닌텐도 사내 문화, 요코이 군페이와의 관계 등)을 더 깊이 원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번역서인 만큼 이석호 역자가 이런 학술 용어들을 국내 독자에게 얼마나 매끄럽게 풀어냈는지가 실제 가독성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께 권한다
게임을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하나의 디자인·서사 매체로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
닌텐도의 흥망성쇠를 산업 전략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싶은 독자
앞서 나온 『코지마 히데오론』을 재미있게 읽었고, 같은 시리즈의 다음 권을 찾는 독자
반대로 '미야모토 시게루의 인간적 매력'이나 '숨겨진 뒷이야기' 위주의 가벼운 독서를 원한다면, 국내에 이미 나와 있는 대중 교양서 쪽이 더 맞을 수 있다.
총평
이 책의 미덕은 신화를 걷어내고 방법론을 드러낸다는 데 있다. 미야모토 시게루라는 이름이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된 지금, 그를 '천재'라는 말로 봉인하지 않고 그의 사고방식과 디자인 원칙을 구체적으로 언어화하려 한 이 책의 시도 자체가 값지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든, 게임을 연구하는 사람이든, 혹은 그저 자신이 사랑한 게임들이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알고 싶은 사람이든, 이 책은 그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려는 책이다.